[김영조의 우리문화 편지]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이 나타난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쓴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선비의 윤리와 행실을 밝힌 책 《사소절(士小節)》에서 "술은 빨리 마셔도 안 되고, 혀로 입술을 빨아서도 안 된다. 훌륭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을 드러내고,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을 나타낸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비일수록 술 마신 뒤 못된 버릇, 곧 주사(酒邪)를 부리는 사람은 적으며 '술이 사람을 안다'고 해서 술 마시는 일에도 도(道)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끔 주사를 부리는 사람들도 생기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될까요?

《선조실록》 22권(1588)에는 "사간원이 아뢰길, 경기 수사(水使) 김오(金鋘)는 남양(南陽)에서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갈 때 관가 창고의 물품을 공공연히 꺼내갔으니 파직하고, 경상도 수우후(水虞候) 송익수(宋益壽)는 성질이 사납고 주사(酒邪)가 있으니 파직하고, 사복시 주부(司僕寺主簿) 고현(高賢)은 관찰사를 능멸하였으니 파직하소서"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물론 그대로 집행이 되었지요. 요즘으로 치면 고시합격 같은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간 사람이 '주사'로 인해 파직되다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만큼 술 관리를 엄격히 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엔 술잔을 어른께 드리고 술을 따를 때 도포의 도련(자락 가장자리)이 음식물에 닿을까봐 왼손으로 옷을 쥐고 오른손으로 따랐습니다. 이런 예법은 현대에 와서 소매가 넓지 않은 옷을 입었어도 왼손을 오른팔 아래에 대고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남아 있답니다.

눈치채셨나요? 이제 술자리에서 타인과 자신의 주도(酒道)를 눈여겨보고 이덕무의 판단이 맞는지 살펴보시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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