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우수도 지났다. 이제 머지않아 봄이 기지개를 킬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도서관은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교육과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는 점에서 도서관은 그 못지않은 변화를 세상에 가져올 수 있다.

한 주전에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가 열 번째 조원동 공공도서관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총 69억원의 예산을 드려 부지 3천460평방미터에 연면적 2천690여평방미터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건립하여 내년 상반기 중에 개관할 예정이다. 도서관은 소통의 공간이다. 사람이 책을 읽으면 책과 영혼이 서로 만나 교류한다.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며 소통하는 곳이다. 지식과 지식이, 정보와 정보가 서로 만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염태영 시장은 이날 착공식에서 ‘조원동 공공도서관은 정식 명칭이 아니라’고 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주변경관에 잘 어울리는 도서관 이름을 지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좋은 착상일 듯하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가가는 계기도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요즘 스마트폰 출현이후 청소년들은 물론 세대를 불문하고 ‘사색보다는 검색’에 빠져들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책을 멀리하는 시민으로 만들까 우려될 정도다. 학교나 아파트 주변에 도서관이 들어서면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책을 통해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조원동 공공도서관은 최적지다. 한일타운 주변에 초등학교 5개소, 중학교 4개소, 고등학교 3개소 등이 있어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기에 그렇다.좋은 음식이 우리 몸을 살찌우고 좋은 옷이 우리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하는 것처럼 좋은 책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한다. 독서는 평생의 습관이고 일상이어야 한다. 마음과 뜻을 한데 모아 골똘히 생각하고 푹 젖도록 읽어 글의 깊이를 모색해야 한다. 단지 알기만 하면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사색하지 않으면 헛것이다.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는 ‘교육’이 아닌 스스로 ‘탐구’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서관 밖으로 책을 빌리기도 쉽다. 신분증만 있으면 곧바로 ‘도서대출회원증’을 만들어 준다. 요즘 도서관의 서비스는 섬세하다. 인터넷으로 신청해 지하철역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근대 시민사회 이후로 ‘공공도서관’이라는 개념이 정립된 덕분이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드높이고 메마른 삶을 윤택하게 바꿀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도서관은 ‘독서실’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팽배하다. 또한 도서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그리 많지 않는 것도 풀어가야 할 문제다. 책을 통해서 막혀있던 이웃과의 관계가 확 트이게 되고 서로 신뢰하는 ‘소통 수원시가 되는 방법’이 독서에 있기 때문에 도서관 확충은 필요하다.

국내 공공도서관은 인구 7만6천여 명에 한 곳 꼴이다. 수원의 경우는 더 열악하다. 무려 12만 명에 한 곳이다. 인구 1만 명 남짓마다 공공도서관이 하나씩 있는 영국이나 독일과는 견줄 수가 없을 정도다. 수원시는 앞으로 OECD 주요국 평균인 인구 5만 명당 1개 도서관을 확충해 나갈 계획으로 7개관을 착공해 오는 2017년까지 총 11개관을 세울 계획이다. 하드웨어인 도서관 못지않게 도서관이용량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선진도시가 되려면 시민들의 독서량부터 따라 잡아야 한다. 정조는 독서한다는 것이 단순히 문자만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고 마음은 넓어지고 몸은 살쪄서 견식을 높이고 도리를 깨닫게 되는데, 이는 독서를 깊이 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다’고 홍재전서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들이 세우는 독서계획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반성이고 깨달음이다. 읽겠다고 다짐한 책의 목록은 내가 원하는 삶, 가야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생각의 지도다. 한 권 한 권 선택해 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고 또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신규 건립도 중요하지만 직장인 등 낮 시간에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언제든지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연장개관운영도 필요하다. 노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우리 사회에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도서관 서비스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웃들도 있다.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예술과 문화의 산실’로서의 도서관 역할에 충실한 종합문화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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