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정이 넘치고 덤이 넘쳐요, 포근한 덤과 구수한 흥정이 넘치는 곳” 전통시장을 알리는 문구다. 수원에는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영동시장을 비롯하여 22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3개의 백화점, 8개의 대형마트, 5개의 쇼핑센터와 경쟁하면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에는 재래시장이라 불렸다. 팔달문 일대 영동시장은 수원 최고의 전통시장이다. 정조대왕이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수원에 눈길을 돌리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포목과 주단, 한복 점포가 주를 이루며 220여 년간 수원의 대표적 장터로 자리매김했다.

며칠 전에 수원시 기관단체장 모임인 수요회에 같은 그룹회원인 영동시장 이정관 사장이 회원들을 시장에 초청했다. 시장현황과 시장의 이곳저곳 상점을 돌아보고 상인들이 만든 협동조합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시장 2층에 ‘아트포라’ 라는 이름의 문화예술 복합공간이 체험교실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상인과 연계하여 아트상품을 디자인하고 지역주민과 손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예술창작공간이다. 팔달문 권역의 9개 곳은 문화관광형시장이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예술을 만나 새롭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이 보편화되어 전통시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로인해 전통시장 매출은 34.5%가 감소하고 할인점은 76.9%가 증가했다는 통계다. 그간 수원시와 상인들이 전통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서 이젠 충분히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특히 못골시장의 변화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정부관계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될 정도다. 라디오 방송국을 설치하고 상인과 손님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상점 소식을 전한다. 상인들로 구성된 ‘못골줌마불평합창단’도 만들어졌다. 이들의 코믹한 가사가 듣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주말이면 다양한 거리공연도 펼쳐져 문화와 예술이 시장에 흐른다. 시장이 북적북적한다.  

비와 해가림 아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현대화시설을 갖춰 수원의 전통시장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꼽는 가장 불편한 문제가 주차다. 시장 내에 주차장과 주차타워가 있어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내가 사고자 하는 물건만을 위해 찾는 공간이 더 이상 아니다. 오랜 세월 흘러온 소소한 풍경이 있는 곳이자, 시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북새통을 이루는 속에서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대형마트의 편리함도 좋지만 북적북적한 분위기, 구수한 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인과 한국의 정서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유통공간이기도 하다.

손님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상인들의 변화가 경쟁력을 키운다. 전통시장 상인대학인 ‘전통과 새로움이 통하는 맞춤형 상인학교’을 통해 고객중심의 경영기법과 사례 등을 배운다. 전통시장의 장점인 정(情)을 바탕으로 상인들은 변화된 유통환경을 깨닫고 대처방안을 찾는다. 이제껏 해온 각종 편의시설 설치 등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상인학교는 그 하드웨어가 잘 돌아가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경쟁력은 사람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교육은 중요하다.

시장은 개인 상인들의 집합체다. 결국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상인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손님들에게 친절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친절한 상점, 믿을 수 있는 상품으로 손님을 감동시키는 전통시장이 돼야 한다. 대형할인점이 벌어들인 돈은 결국 지역경제에 사용되지 않고 역외유출 된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널리 주지시켜야 한다. 전통시장 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하기에 그렇다. 주차를 도와주는 안내원, 짐을 옮겨주는 안내원도 적절한 곳에 배치할 때 전통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감동한다. 전통시장은 푸짐한 시장인심이 무기다. 점차 각박해져가는 현대에 사람냄새 가득한 손님과 상인의 정이 통하는 정통(情通)시장이 될 때,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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