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수원은 140여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수부도시다. 하지만 하룻밤이라도 묵어가는 관광객은 적다. 체류형 관광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수원시가 적극 팔을 걷어붙였다. 화성 안에 ‘한옥마을’을 집중적으로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 자리 잡을 한옥마을은 생각만 해도 멋지다. 아파트가 편리하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데는 무언가 부족하다. 한옥은 우리 역사와 비슷한 세월의 더께를 가지고 있다. 집은 딱딱한 건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함께 지닌다. 한옥은 관광객들이 편하게 머물다 가는 매력 있는 관광자원이다. 한옥의 진정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

요즘 한옥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집이 제공해야 할 문화적 기능을 아파트가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에 관한 관심의 증가는 이를 반영한다. 한옥은 아파트의 인문학이다. 한옥은 개인이 사는 살림집이기는 하지만 사회를 반영하는 사회적인 건축이다. 이제는 한옥을 바라보는 눈이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한옥은 서민 생활에서 출발해 사대부의 사상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 전시대(全時代)를 관통하는 주제다. 한옥에는 ‘자연’이 사람과 더불어 산다. 한옥은 안팎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여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 많다. 한옥에서는 문과 창을 합해서 창호라는 말을 쓴다. 건물에 달린 게 창인지 문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 문을 들어 올려 천장에 걸면 문이 있던 자리는 커다란 창이 된다. 들어 열개문이다. 한옥은 기본적으로 열린 집이다. 베란다까지 실내로 확장하여 꼭꼭 틀어막은 아파트에는 자연이 들어와 머물 공간이 없다.

한옥은 ‘타인’과 어우러질 수 있다. 요즘 담장은 꽤 높다. 사람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본래 전통 한옥 담장은 사람 어깨높이를 넘지 않았다. 담장이 낮아야 외부인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가면 이웃이 바로 알 수 있다. 이웃과 늘 얼굴을 맞대고 살아 언제나 사회적 소통이 가능하다.

한옥에서는 각진 것보다는 둥근 것을, 화려한 색보다는 편안하고 온화한 색을, 지나치게 밝은 것보다는 적당히 밝은 것을 선호한다. 한옥에는 우주의 모든 것이 어우러질 수 있다. 한옥이 좋은 것은 단지 나무와 흙으로 지은 생태 건축이어서가 아니다. 숱한 세월 동안 쌓아 온 이런 문화적 편안함이 숨어 있다. 아파트가 갖지 못한 가치다. 현대건축은 공간을 능률적으로 쓰기 위해 자투리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한옥에는 다락이나 장독대처럼 자투리 공간이 많다. 생활에서 감정이 요동칠 때 마음의 변화를 유도할 자기만의 소통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편리한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700여 채가 밀집한 전주한옥마을은 늘 북적북적하다. 판소리를 비롯한 풍류와 한 상 가득 오르는 푸짐한 밥상으로 풍성함을 안겨준다. 한옥의 정겨운 풍치가 살아 있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원에도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한옥마을이 조성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를 위해 과감한 정책을 내놓았다. 한옥을 신축할 때 지원금을 건축비의 70%까지 지원한다. 이제껏 8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한옥지원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한옥마을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여 건축에 따른 규제사항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원시의 정책적 의지만으로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옥마을이 성공할 수 있다. 민간건축이 활성화되게 적극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관광객이 급증함에 따라 대두된 숙박시설 수급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한옥 체험을 매개로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한옥이 사람·정신·문화가 살아있는 소통공간이 되어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한옥마을이 조속히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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