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한편의 영화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불과 두 시간 가량의 짧은 시간 속에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 정신세계야말로 천지를 창조하는 일과 같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국영화는 눈부시다. 1000만 명을 웃도는 관객이 몰린다. 돈과 스타만이 흥행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 아니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연출이 뛰어나면 관객은 호응한다. ‘영화는 감독이 만들고 관객이 완성한다’는 말이 있다. 감독 없는 영화가 무의미하듯, 관객 없는 영화 또한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관객들이야말로 가장 영화를 잘 아는 감독들이다.이제 수원에서도 번듯한 영화제가 열린다.

한 주 전에 ‘대종상 영화제’를 화성행궁광장에서 오는 10월 25일부터 이틀 간 개최하기로 염태영 시장과 남궁원 한국영화인협회 회장이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영화배우협회 거룡 이사장, 영화조명감독협회 이주생 이사장, 이태규 영화제조직위원장이 함께 했다.

염 시장은 “수원화성문화제와 대종상 영화제는 그동안 예술과 문화를 활성화시켰고 올해로 50번 째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공동개최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남궁원 회장은 제1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작인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신인배우로서 첫 출연작품이라 더 더욱 감회가 깊다며 멋진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작품의 무대가 영화제가 열리는 행궁 가까운 남창동 옛 골목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그 뜻이 또한 깊다. 이제껏 줄곧 서울에서만 개최돼 온 대종상 영화제가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수원에서 열린다. 그런 면에서도 수원유치는 잘 한 일이다. 인문학 도시를 추구하는 수원이 아닌가.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다움이란 무언가를 탐구하는 지적 모색의 장이다.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내면을 영상에 담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지를 성찰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수원시는 성공적인 영화제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종상(大鐘賞)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높이기 위해 한국영화인협회가 주최하는 영화인 시상제다. ‘청룡영화제’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권위 있는 영화인축제다. 레드카펫 입장과 함께 개막 의식 행사, 축하공연, 출품작 영화상영,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한국영화 주요 명작의 일부분을 편집해 상영하는 코스프레, 영화산업 50년사 전시회 등 각종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특히 영화제만이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에 해당하는  유명 배우들의 ‘미드나잇 패션’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영화계 스타들은 세계 모든 나라에 팬을 가진다. 이들이 우리의 세계를 아름답게 해준다는 사실로 충분하다.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빛을 내는 물체’라는 의미의 스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할 수 있다.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영원한 가치다. 아름다움도 자란다. 레드카펫을 밟는 그들의 의상들도 빛을 반사시킨다. 영화는 주요한 오락이요 산업이면서도 동시에 그 못지않게 중요한 예술이요 문화상품이고 소통매체다. 대종상 영화제를 계기로 화성행궁광장을 사람끼리 서로 정분을 나누는 어메니티(amenity)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다. 널따란 행궁광장도 기능성에서 감성과 느낌을 중시하는 장소성으로 옮겨가야 한다. 어메니티는 ‘부드러움’, ‘상냥함’ 그리고 ‘정’과 ‘예의’의 뜻을 지녔다. 행궁광장의 분위기를 그렇게 바꿔가야 광장이 산다.

팍팍한 삶일수록 인문학이 소중하듯, 영화는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들의 사고(思考)를 넓혀준다. 감동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동을 쟁취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감동하면 ‘아’ 하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고 가장 극적일 경우에는 눈물이 흐른다. 또한 기쁨을 주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화려한 무대와 함께 허리를 치켜세우면서 스타들이 위용을 드러낼 ‘대종상 영화제’가 가슴 설렌다. 50년이란 연륜에 맞게 세련되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매끄러운 영화제가 ‘영화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나는 축제의 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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