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슬리퍼 히트(sleeper hit)라는 말이 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자고 일어나보니 사람들에게 알려져 히트한 상품이 되었다는 뜻이다. 입소문을 타고 판매에 성공한 경우다. 언제나 그랬듯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서민은 빗겨갔다지만 세금부담을 늘려가는 세제개편안을 엊그제 정부가 내놨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국민들을 더 짜증나게 하는 일이다.

그래도 고물가 시대에 시민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착한가게’가 수원시내에 무려 133개가 생겼다. 음식점, 이발소, 미용실, 세탁소, 목욕탕 등 업소도 다양하다. 착한가게는 가격이 우선 착하다. 원가절감 등으로 가격을 수원지역 평균가격보다 싸게 받는다.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위생모범업소 수준의 위생과 청결도 유지한다. 물론 종사자가 친절하고 옥외가격표시나 원산지 표시 등 정부시책을 잘 지키는 업소다. 이들 착한가게는 엄격한 심사와 평가를 통해 ‘착한가게 지정증’을 받는다. 한 번 지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받아 부적격한 업소는 지정을 취소한다. 물론 착한가게에는 금융·재정 지원과 위생용품 지원, 상하수도료 감면 등 행정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실질적으로 주느냐가 관건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이 호객수단으로 싼 가격으로 미끼상품을 내 걸어 손님을 불러들이는 상술을 펴듯이 착한가게가 제시한 대표적인 상품인 ‘착한품목’만을 낮은 가격으로 파는 미끼상품이 되면 안 된다. 다른 품목도 그 수준일 때, 소비자인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정부는 세금부담 강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월급쟁이들의 지갑에 세금을 안겨 부담을 안겨준다. 우울한 소식이다. 여야정치인은 입만 열면 ‘민생, 민생’을 되 뇌이지만 그 수법은 몇 십 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세수가 부족하면 세금을 더 걷기보다 우선 지출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찾는 그런 정부를 국민은 바란다. 물론 세금은 국가와 사회를 작동하는 에너지다. 국민 모두가 돈을 벌었으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세금을 내야 하지만 재정지출을 줄일 방도부터 강구해야 한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증세는 국민을 더 어렵게 만든다.

착한가게는 그런 면에서 시민들의 생활비를 절감시켜주는 줄 뿐만 아니라 물가안정에도 기여하는 좋은 시책이다. 이처럼 순수하게 이타(利他)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행동들은 그게 무엇이건 간에 반드시 응원해야 한다. 좋은 의도와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고 해서 시민들의 경제문제나 곤궁(困窮)이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곤궁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는 대부분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과 사건 때문이다. 인생의 불행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질병, 장애, 사고, 실직, 이혼 등의 문제가 언제라도 우리의 삶을 곤궁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이 사회는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삶을 영위해 가야할 시민들이 많다. 착한가게는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즐거움을 제공해 줄 수 있어 반갑다.

소비자인 시민은 더 이상 단순한 대중이 아니다. 사고파는 상품 역시 소비자인 시민과 관계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착한가게는 이용하는 시민고객의 평점과 입소문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인기가 올라갈 수 있다. 업소와 이용시민을 위해 홍보가 중요하다. 때맞춰 시민들의 이용편의를 위하고 업소를 널리 알리기 위해 수원시가 ‘착한가게 업소 소개’책자를 펴냈다. 구청별로 한식, 중식, 이·미용, 세탁소, 목욕탕으로 업소를 구분하여 착한품목 가격, 영업시간, 주차가능대수, 주소, 전화번호, 위치도, 업소의 특징과 착한품목을 상세히 알리는 내용을 업소 전경(前景)과 함께 착한품목 사진을 원색으로 꾸몄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을 위한 QR코드와 책자 끝에 ‘착한가게 색인(索引)’까지 넣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 ‘착한가게 친절한 소개 책자’로서 손색이 없다. 정성껏 만든 이 책자는 착한가게의 활성화가 촉진되고 시민들의 생활경제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원만이 갖는 특색 있는 ‘착한가게’가 되어 지역 물가안정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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