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100세 시대, 이제 고령화라고 하는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들어왔다. 116만 도시-수원시 노인인구가 8만7천여 명을 넘어섰다. 전체인구의 7.5%에 이르렀다. 수원시에는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42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남성은 5명 여성은 37명으로 여성이 7.4배 많다. 이처럼 전체인구 중 노인비율이 급증하고 기대수명이 높아진다는 것은 개인 및 사회가 긴 노년기에 직면하였음을 의미한다. 노인들이 소수가 아닌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노인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노인복지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최근 수원시가 세부적인 노인복지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시책이다. 예로부터 ‘효의 도시’를 자임하고 있는 수원시가 아닌가. 이러한 뜻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시책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80세 이상 노인을 모시는 가족에게 효도수당을 지급한다.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85세 이상 노인에게는 ‘효사랑 지원금’ 을 지급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 집안에 ‘감지센서기’를 설치하여 24시간 365일 안전모니터링을 통한 119구급대와 연계하여 ‘응급안전돌보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노인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돈 걱정 없이 풍족한 노후를 즐기는 행복한 노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노인들을 위한 취업박람회장마다 인산인해(人山人海)다. OECD 국가 중에 노인 빈곤율(45%) 1위, 노인 자살률(10만 명당 81.8명) 1위가 대한민국 노년의 암울한 현실을 대변한다. 노년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특히 자식이 있더라도 돌보지 않거나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노인들은 깊은 고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노인교실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이 곳곳에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하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공생(共生)의 노인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그렇다.

노인복지관은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하고 정이 넘치는 행복한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경로당에 오는 노인들의 얼굴이 환해지고 활력이 가득하며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변하게 해야 한다. 낡음과 쇠락함이 전혀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것이 관록과 경륜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지를 많은 노인들이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이라면 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모든 세대에 걸쳐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식되어야 한다. 노인이 ‘기존의 노인과 같은 개념’ 속에 사는 존재가 아니라 보다 활동적이며 적극적인 삶을 사는 주체로 받아들어져야 한다. 나이와 관련된 고정관념의 핵심은 나이가 들수록 능력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인들을 따뜻하고 상냥한 사람으로 바라보는가, 무기력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바라보는가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할 수 있다.

수원시가 지난 9월초부터 시작한 두 달 과정의 ‘어르신이 행복한 인문학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취지에서도 좋을 듯싶다. 노인들에게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풍요롭고 활기찬 노후를 즐기도록 하는 과정이다. 강사들이 구청별로 찾아가며 강좌형식으로 진행해 노인들에게 도움이 클 것이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에 그렇다. ‘내가 노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게끔 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노쇠하고 있지만 지적·정서적·인격적·영적으로 계속 발달하는 과정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교육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생활태도와 노인문화가 정립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를 ‘피할 수 없는 재앙’, ‘인구 지진’, ‘인구의 시한폭탄’, ‘거대한 빚더미’ 등의 극단적인 용어로 표현하여 고령화 영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불식돼야 한다. 노인문제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곧 내일의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만큼이나 노인들은 다양한 집단이다. 노인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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