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문화융성의 시대다. 세상을 더 멀리, 더 높이,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당연히 독서다. 책의 힘이다. 독서는 다양한 상상력을 끌어낸다. 숨겨져 있는 창의력을 키워준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해준다.

그 도시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 하나를 더 세우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가 젊은 시절 방황할 때 집 가까운 도서관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르고 영감을 받아 창업을 하여 대성공을 이룬 것을 표현한 말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독서실이 아니다. 지혜와 학문의 수도(首都)다. 역사와 문화가 새겨진 지식의 나이테가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에는 김소월도 있고 천재화가 이중섭도 있다. 소크라테스도 있고 모차르트도 있다. 동서고금의 위대한 인물들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만나서 그들의 뇌 속으로 들어가 교감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인간 지성의 위대함을 만날 수 있다. 사상의 인큐베이터(incubator)다.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은 올 들어 세 곳에 도서관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도 몇 개를 더 지을 계획이다. 주민들의 삶이 시작 되는 곳이 바로 가까이 있는 도서관이다. 우리 뇌의 구석구석에 맑은 산소를 불어넣어 주기에 그렇다. 땅은 육신의 양식을 준다. 도서관은 마음의 양식을 준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 큰 길이 있는가 하면 좁은 길도 있다. 고속도로도 있고 올레 길도 있다. 인생 성공의 길이 있고 행복의 길이 있다.

한 주전에 서수원도서관에서는 문학작가전과 함께 문학 특강이 있었다. 2백여 명의 시민들이 1시간 여 동안 진지하게 ‘문학의 힘, 도심을 살린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강의를 들었다. 이제는 도서관이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뿌리내려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흥미로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학작가들의 많은 작품과 각종 진기한 기록물 전시코너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학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문학작품에는 철학,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가 박혀있기에 그렇다.

북수원도서관은 미술, 서수원도서관은 문학 등 도서관의 역할을 나눠 그 지역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왜 책을 읽으면 생명력이 생겨날까. 그것은 지성이 눈빛과 얼굴표정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성미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책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아름답다. 도서관이 웅장하며 규모가 크고 장서량이 엄청나 1인당 장서 수가 많다고 최고가 아니다. 어린이들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신사들까지 얼마나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많이 찾느냐가 중요하다.

도서관의 아름다움은 값비싼 나무로 만든 조각이 들어간 책장이 아니라 호기심을 유발하는 다량의 희귀 도서와 작품에 있다. 그렇다. 지역작가들의 도서와 작품전은 그런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도서관이 단지 책을 빌려주고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보존, 연구개발 및 예술부문의 정보센터이자 최전선 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시각 자료를 제공하고, 다방면의 지식과 예술적 영감·창의력·상상력의 샘물이 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자료를 찾아 자신의 예술적 구상을 실현하는, 도서관이라기보다 예술인들의 삶이 터전이 된다. ‘내 소중한 지식의 근원은 도서관이다.’ 라며 ‘내 예술의 절반은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할 수 있게 말이다.

문학도서관, 미술도서관, 이렇듯 특화되어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도서관시책이다. 수원예술의 경지를 최고의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회에 끝나는 문학작가전이 아니라 전산화 작업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는 작업도 잇따라 줘야 할 것이다. 불멸의 예술가는 없다. 불멸의 예술혼이 있을 뿐이다. 예술가들의 인생은 짧아도 그들의 예술혼은 길다. 불멸의 예술혼이 예술도서관에 영원히 남아 있으면 금상첨화다. 지친 삶을 위로하는 책의 제국(帝國),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매혹의 공간, 도서관이 인문과 예술문화의 중심축이 되고 허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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