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수원지역 13개 고등학교 총동문회장단으로 구성된 단체로부터 얼마 전에 초청을 받았다. 예총회장으로서 수원예술과 경기적십자사 회장으로서 적십자 사업을 들려달라는 것이다.  전에 요청이 있었으나 다른 일정과 겹쳐 미루었던 차라 피할 수 없었다. 여섯 해전에 선배들이 ‘수원지역고등학교 총동문연합회’란 이름으로 조직한 단체다. 두 달 간격으로 주관학교가 번갈아가며 개최한다. 그때 마다 기관·단체장을 초청한다는 이야기다. 같은 지역 동문회장단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협력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아무리 한 지역이라 하더라도 한 테두리 안에 묶어 하나의 목적을 향해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인류의 역사는 일면으로 집단화의 과정이었다.

필자는 첫마디로 6년 전에 ‘이 단체를 결성한 동문회장들은 선각자다.’ 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 구성원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수원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그 학교동문회장과 사무총장이 멤버다. 개교의 역사에 따라 동문회간 차이가 있지만 몇 만 명의 동문들이 있는 단체의 대표요 수장(首長)들이 아닌가. 한마디로 무게를 느끼게 하는 모임임에 틀림없다. 지역토박이로서 속된 말로 ‘끼리끼리 모임’이나 ‘텃새를 부리는 모임’도 아니다. 하나의 섹트(sect)를 조성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또 아니어야 한다. 배타성을 가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동문회에서는 뭘 기획하고 어떤 행사를 하였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려준다. 정보의 공유다. 협력을 부탁하거나 참여를 부탁한다. 이임하는 동문회장들에게 공로패도 주고 그간의 공로를 치하해 준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예전에는 학교마다 경쟁이 치열해 싸움도 잦았다. 이젠 입학할 때 우열의 차이가 없다. 주판알로 입학이 결정되는 뺑뺑이 고교시대를 보낸 이들이다. 다툴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 뜻에서라도 13개 고교동문회장들은 한 울타리 안에서 배움을 깨달아 가는 동지들이다.

수원에는 총동문회장단 모임뿐만이 활동하는 게 아니다. 중고학창시절 관악기를 매만지던 동문들로 구성된 수원지역중고동문관악단도 해마다 ‘사랑나눔음악회’를 연다. 융·복합시대가 아닌가. 고교간의 벽을 쌓을 필요가 없다. 동문회장 간에도 그렇다.

유신고교동창들이 모여 ‘유신OB합창단(단장 이기우)’이란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희망의 멜로디를 전해주며 지속적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유신고 개교4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할 정도로 파이(pie)를 키워가고 있다. 고교동문으로 이뤄진 관악단은 있지만 ‘고교동문연합합창단’은 없다. 고교총동문연합회가 연합합창단 구성에 나서도 좋을 듯싶다.

단순한 친목에 머물지 말고 지역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견인차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 기관?단체장을 초청하여 뭔가를 청취한다는 것이 그걸 반증(反證)하고 있어 반갑다. 마침 총동문회장들 대부분이 수원시광역행정협의회에 참여하여 인구 120만에 가까운 수원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 있어 더욱 반갑다.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문회장들은 수원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지재(棟梁之材)가 아닌가. 오케스트라의 철칙은 모두 함께 시작하고 모두 함께 끝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무슨 단체고간에 그러해야 한다. 인간의 약은 인간이다. 인간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이든 다른 사람들과의 좋은 협력관계로 해결되는 법이다. 협력은 힘을 태워준다. 그런 의미에서도 수원지역고교총동문회를 결성한 회장들은 필자가 표현한대로 선각자다. 남이 미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 것을 한 발 앞서서 실행했기에 그렇다. 작은 내가 모여서 강이 되고, 사람이 연결되어 힘이 된다. 총동문회장들이 서로 모여 힘을 합하면 힘이 강해진다. 그 힘이 이웃과 나눔과 봉사로 이어지면 더욱 빛이 발할 것이다. 손이 시린 계절이다. ‘열의 한 술 밥이 한 그릇 푼푼하다.’는 속담이 있다. 여러 사람이 힘을 조금씩만 내어 합하면 쉽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단체고 한 사람으로 인해 흥하고, 한 사람으로 인해 망한다. 동문회장,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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