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서설(瑞雪)이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김훈동 회장을 만나러 가는 날, 하늘에서는 흰 눈가루가 한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눈다운 눈, 첫눈이었다. 겨울에 눈이 많은 해에 풍년이라 했던가. 다사와 다난을 뒤로 한 채 풍요로운 새해를 기다리게 되는 십이월의 어느 날,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이하. 경기적십자사)에서 김훈동 회장을 만났다.

적십자를 사랑하던 소년, 경기적십자사 회장이 되다.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초, 중, 고교를 마친 김훈동 회장. 금융인(농협경기지역본부장), 예술인(수원예총회장), 언론인(농민신문 편집국장)으로서 사회 각계각층에 정신적 모세혈관 역할을 해 왔던 사람이 바로 그다.

김훈동 회장이 지난 11월 5일 경기적십자 제32대 회장에 취임했을 때, 지역민은 물론 경기도민들은 적십자가 가져 올 변화의 물결을 예감하고 있었다. 수부도시 수원에 자리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회를 이끄는 수장, 김훈동 회장의 내면에 깊이 자리하던 봉사의 DNA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961년, 학창시절 JRC(Junior Red Cross) 단원으로 적십자와 첫 인연을 맺은 이후로 적십자의 정신을 곳곳에 알려온 김 회장은 인생이 곧 적십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 때부터 적십자는 제 삶 한 켠을 밝히는 등불과도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힘든 곳을 따뜻이 데워주는 빨간 십자가.. 이것이 진정 인도주의가 아니겠습니까.” 감성 풍부한 청소년기의 봉사활동은 대학시절 문인으로 등단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으니, 오늘의 김훈동 회장은 적십자가 곧 자양강분이었다.

청소년적십자 경기도위원회 위원으로, 청소년적십자 단원 수원시회장, 대한적십자사 전국대의원으로 적십자의 봉사 세포를 확산시켜온 김 회장은 취임 한 달 후의 소회를 말씀해주시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적십자의 불빛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 때, 제게 이 중요한 임무를 맡겨주신 경기도민과 적십자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적십자 본연의 인도주의를 근간으로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진취성과 시도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 나누는 적십자

시대에 맞는 적극적 변화와 새로움에의 모색. 김훈동 회장의 취임 일성은 66년을 맞이하는 경기적십자사의 일대 전환점을 신호하고 있다. 63명의 직원들이 다져 온 탄탄한 조직력 아래 일사분란한 정책 및 현장 업무, 보다 다각화된 적십자 후원 및 봉사 방식은 적십자에 대한 경기도 전역의 체감도를 한층 높여 줄 전망이다.

경기적십자사는 4대 취약계층-즉,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은 물론 홀몸노인에 대한 보호 및 봉사,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위한 교육 및 복지, 북한 이탈주민의 정착에도 도움을 주면서 2만 여명에 달하는 노란조끼의 지역자원봉사자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게 된다. “자발적 봉사의지로 시작된 이들의 봉사의지는 봉사에의 희망세포를 증식시켜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김훈동 회장의 의지에 찬 눈빛이 빛난다.

임직원과 봉사자, RCY단원들까지 일심동체가 되어 진행하는 경기적십자사의 활동은 기대 이상의 구체성을 띠고 있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봉사 단체 정도의 추상적 개념이 아닌 ‘다문화가정’, ‘북한 이탈주민’ 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니 그 존재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김훈동 회장은 말한다.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주민들의 실상이 생각보다 아주 어렵습니다. 이들을 우리 사회에 정착되게끔 도와주는 역할이 절실한 때입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회의 봉사활동은 보건안전교육으로까지 그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심폐소생술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응급구호 상황에서 위급한 생명을 구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봉사와 나눔, 기부로 역동적 캠페인 진행 및 희망풍차 전개

지난 10일에 개최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희망선포식 또한 적십자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이 희망이 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행된 희망선포식은 김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시작한 ‘New Vision 2020’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김훈동 회장은 “경기적십자사가 70주년이 되는 2017년에 맞춰 비전 2020에 걸맞은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을 진행해 갈 것”이라며 “도민 전체가 공감하고 참여하며 감동하는 경기적십자사가 되도록 할 예정”이라 알렸다. 특히 4대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통합형 서비스인 희망풍차 사업은 대한적십자사의 희망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용히 멈춰있던 풍차를 희망동력으로 힘차게 돌림으로써 취약계층에 힘을 주는 ‘희망풍차’는 2014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전문봉사원 2명이 매주 1회 이상 취약계층 가정을 직접 방문해 밑반찬 전달, 목욕봉사, 생필품 지원의 기본서비스를 진행하는 희망 풍차 사업은 적십자의 봉사 정신을 사회 곳곳에 확산시킬 홀씨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투명하게 운용되는 적십자회비, 다채로운 방식으로 모금 및 기부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적십자의 가치가 발하는 시기는 바로 이 때, 연말과 연시다. 지난 10일부터 내년 1월 31일. 이 52일간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적십자회비가 스러져가는 생명을 살리고, 무너진 지붕을 고치고, 배고픈 이들의 따뜻한 밥이 된다. 그 범위는 상상이상으로 넓은 것이어서, 가깝게는 국내로부터 멀게는 해외 각지로까지 전해진다.

경기적십자사는 지난달 태풍 하이옌의 타격을 입었던 필리핀 지역에 긴급구호대책을 편성하는 한편, 지난 6월에 개최한 <1m 1원 자선걷기 대회>의 모금액 5천만원을 긴급 국제구호활동비로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일본, 중국 등 국제간 교류 활동은 물론, 아시아 저개발국가 간의 교류 및 파견을 활발히 하고 있다.

경기도내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 15가구의 외가 방문, 배고픈 이들을 생각하는 기아체험 또한 적십자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이처럼 폭넓은 방식으로 운용되는 적십자회비는 연말연시의 모금 방식 외에도 농협,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 및 대형할인마트에 비치된 스마트폰 모금함, 매월 3만원 이상 기부금 형태로 진행하는 기금 형태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모금되고 있다.

매년, 기금 활용 상황과 운용 형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적십자회비는 살아있는 봉사이자 사랑의 실천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김훈동 회장은 “경기적십자사는 최고의 재난구호기관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될 것”이라며 “사랑이라는 저수지에 적십자회비라는 맑은 물을 가득 채우는 일에 모두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뜻을 전했다. 

김훈동 회장의 자리에는 “봉사는 예술이다”라는 짧고도 강한 글귀가 놓여져 있다. 사람을 돕고 바라보는 적십자야말로 인문학의 결정체이자 예술의 궁극적 가치가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걸어온 그 모든 길이 하나로 모인 경기적십자사에서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말하는 김훈동 회장.

“연말연시 인사는 이렇게 바꾸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적십자 회비, 내셨습니까?” 인터뷰가 끝날 무렵, 소탈하게 웃는 김훈동 회장의 얼굴이 경기적십자사의 내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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