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마라톤은 '수원'이란 이름이 들어간 최초의 마라톤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수원일보 DB>


수원이란 이름을 건 첫 마라톤인 '제1회 수원마라톤'이 수원시의 노골적인 압력으로 큰 파행을 거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민주·청렴·절차를 중시한다던 수원시가 비민주적인 '무대뽀 행정'으로 일관, 행사가 1개월 반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마라톤 이름과 장소, 시간, 코스를 두번이나 바꾸라고 압박해 수원마라톤 행사 진행에 큰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원시는 수원일보와 공동주최로 진행하던 마라톤을 "<A월간지>와 공동으로 주최하지 않으면 예산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공적인 예산집행을 개인 쌈짓돈으로 여기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24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일 수원마라톤 대회를 수원시 한마음 체육대회 일환으로 개최했다. 이 마라톤은 120만 도시 수원에서 펼쳐진 수원이란 이름이 들어간 최초의 마라톤으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진행과정에서 수원시의 비이성적인 '무대뽀 행정'으로 수원마라톤은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염태영 시장은 당선 직후 일주일 만인 지난 2010년 6월 8일 <수원일보>를 방문해 이호진 발행인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수원마라톤을 <수원일보>와 진행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수원일보>의 요구가 아니라 염시장이 제안한 것이었다.

그 후 수원일보는 2012년 11월 말 수원시체육회와 마라톤행사를 협의, 2013년 2월 13일에 수원시체육회로부터 마라톤 개최 확정 통보를 받았다.

이후 2013년 3월 15일 시청 체육행정팀으로부터 세부계획을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고, 명칭은 수원환경마라톤, 일시는 2013년 9월 7일, 장소는 화성행궁광장으로 정하고 기획사를 선정, 2013년 5월 15일자부터 전면적인 마라톤 홍보를 시작했다.

수원환경마라톤이란 명칭은 환경을 중시하는 염시장의 철학을 녹여내야 한다는 수원시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수원마라톤 준비위는 다른 마라톤 대회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서둘러 마라톤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전국에 제1회 수원환경마라톤 대회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참가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한 달도 채 안돼 1천여명의 참가신청이 이어지면서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던 6월 초, 수원시는 명칭을 다시 '수원마라톤'으로 변경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한 달 이상 홍보가 나갔고, 신청자까지 받은 상황에서 난감한 요청이지만 행정상 불가피하다는 수원시 입장을 고려해 6월 10일부터 '수원마라톤'으로 변경된 광고를 내보내고 마라톤 홈페이지도 변경했다.

그러나 수원시의 터무니없는 압력은 갈수록 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7월 19일 시청에서 실무자 긴급회의를 통해 마라톤 일시를 9월 7일에서 10월 5일로 연기해야하며, 장소도 행궁광장이 아닌 종합운동장으로 하라는 통보를 해왔다. 마라톤까지 불과 한달 반 남겨놓은 상태였다.

터무니없는 통보에 수원마라톤 준비위는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시는 생태교통페스티벌과 겹쳐 마찰이 생긴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초 수원시는 생태교통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라톤을 추진케 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다시 한 번 불합리한 수원시의 결정을 받아들여야했던 수원마라톤 준비위는 7월 24일자 본보 1면에 사고를 통해 불가피하게 일정과 장소를 변경하게 됨을 알리고 하단에 광고를 실었다.

참가신청자들의 대거 이탈과 항의, 본보와 첫 수원마라톤대회의 이미지 실추 등 큰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수원시는 비민주적이며, 절차를 무시한 압력 등 상식이하의 행태를 이어갔다.

8월 말 시는 또 다시 명칭을 '수원마라톤'에서 '수원환경마라톤'으로 바꾸라고 압력을 가했다.

특히 <A월간지>와 공동주최를 하지 않으면 '예산지원을 못하겠다'며 시 체육진흥과 심모 팀장의 비상식적 요구가 계속됐다.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거듭 시의 입장을 배려했던 수원마라톤 준비위는 더 이상 몰상식한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시에 통보했다. 그러나 또 다시 담당 공무원들은 "시장의 지시이기에 어쩔 수 없다"며 "A월간지와 공동주최를 하지 않으면 예산집행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한 달여를 앞두고 더 이상 마라톤 행사의 파행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수원마라톤 준비위는 '명칭변경 불가, 주최변경 불가' 입장을 전했다.

급기야 9월 11일 수원시는 '수원마라톤 세부계획안'을 승인하지 않고 반려했다.

9월 16일 경 수원시 체육진흥과장이 본보를 방문해 다시 한 번 마라톤 명칭과 주최건을 변경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이미 행사를 한 달 뒤로 미뤘고, 번복한 마라톤 일정도 불과 2주 정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수원마라톤 준비위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수원시의 비이성적 행정을 지적하고 재차 불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수원시는 마라톤 예산을 행사 2일전에야 입금, 기대를 모았던 첫 수원마라톤 대회는 공동주최를 무색케 한 수원시의 외면으로 우여곡절 끝에 펼쳐졌다.

30여 년간 400번 이상의 마라톤행사를 대행해온 마라톤기획사 대표 이모씨(55)는 "지자체 등 공공기관과 마라톤을 수없이 진행해 왔지만 수원마라톤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시장의 입맛에만 맞게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공무원들이 가장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절차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원출신 베테랑 마라토너인 김모씨(51)는 "일방적으로 장소, 일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하지만 내 고장 수원이란 이름을 건 첫 마라톤이라 참가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라톤 대회는 보통 6개월~1년전부터 홍보하고 참가신청을 받는데 한 두달 남겨놓고 이름까지 바뀌는 수원마라톤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마라토너들에게 수원시가 전국적인 망신을 자초한 꼴"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A월간지>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소재한 전문지로 염시장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마라톤 행사 당일 염시장과 A월간지 대표는 나란히 앉아 개회식을 참관했다.

 

 

제1회 수원마라톤에 참가한 시민들이 출발에 앞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 <수원일보 DB>


 

이욱도·한동직·최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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