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회장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배움으로 꽉 차 있어야 한다. 바쁘면 늙을 짬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평생교육관을 두고 있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배움에는 나이의 경계가 없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나 기준의 척도는 ‘나’다. 그러려면 일상은 배움이 삶 자체가 되어야 한다. 배움을 통해 자극도 받고 큰 감명도 얻을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홍수의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배움은 과시가 아니다. 스펙(speck)쌓기도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위해서다. 양심에 가책받지 않는 행동 하는 것이다. 진부한 소리런지는 몰라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남을 속이고 기만하려는 마음가짐으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 자기발전에 치명적인 독이다. 어린 시절부터 배움에 충실해야만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보내는 삶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모든 의무와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되어 매일매일 새로운 책을 사들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인생,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신간을 찾아 읽는 이유는 지적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다. 배움은 따로 없다. 스스로 책을 펼쳐보는 것이다. 이처럼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요즈음 서점을 일부러 찾아 가지 않아도 좋다. 신문에 실린 서평을 읽으며 인터넷서점을 통해 주문하면 할인도 받고 마일리지도 쌓인다.

나는 오래 전부터 ‘꿈을 키우는 세상-교보문고’를 통해 신청하여 우리 동네 편의점에서 찾는다. 우체국 택배면 늘 집에 누군가는 있어야 하지만, 편의점은 그럴 필요가 없다. 도착되면 ‘교보에서 주문하신 상품이 편의점에 도착하였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휴대폰에 전달된다. 포장도 야무지다. 골판지 상자 포장지에 ‘책, 청정지역에서 왔습니다.’문구가 신선함을 더해 준다.

숲 속 청정한 바람이 책 속에 담겨져 온 듯 느껴진다. 배달 중 책이 찌그러지거나 형태가 변형되지 않게 책 밑에 단단한 골판지를 깔고 책은 고무 밴드를 끼워 비닐 포장하여 고정시켜 놓았다. 그야말로 클린배송이다. 책을 받는 순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포장상태가 몇 배를 가중시킨다.

종종 친구들이 묻는다. ‘너는 그 많은 책을 다 읽냐?’ 그럴 만도 하다. 매일 이런저런 일로 뛰어다니는 나를 보고 책 읽을 시간이 없을 듯해서다. ‘너는 음식점에 가서 식탁에 올려 진 음식 다 먹냐?’ 고 반문한다. 책은 정신의 양식이다. 음식은 육체의 양식이다. 먹을 수 있는 만큼 먹 듯, 읽을 수 있는 만큼 읽으면 된다. 책은 반복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신문은 새로운 뉴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읽는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움이 느껴진다. 뇌세포가 미묘하게 변화하기에 그렇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듯,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지성이 보인다. 그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마나 지적으로 성장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만 권의 장서가 쌓인 내 서재는 지적생산의 원천이다. 그래서 나의 일상은 삭막하지 않다. 그 공간에서 책을 읽고, 신문칼럼을 쓰고 집필도 하며 사색한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낀 부분에 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둔다. 번뜩 생각난 것이 있으면 따로 메모하지 않고 책에 기록한다. 지저분해져도 결국 내가 먹는 양식이기에 그렇다. 배움의 생활은 학창시절이라면 학교공부지만, 정년 이후의 배움은 책을 사들이는 삶이다.

‘배워야 산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귀에 익은 베이컨의 말이다.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력(知力)을 쌓으면 부(富) 또한 획득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물론 예술적 영감과 학술적 생산은 똑 같지 않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순간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늘 비슷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지금 배우고 익혀야 새로운 내일을 살 수 있다. 배움은 쓸모없이 소모되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없애주고 일상을 의미로 채워준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삶이 즐거움이고 내일이 밝음이다.

왜 배우려 할까. 새로운 삶을 위해서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자기 성찰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기 위해서다. 배움은 일상이다. 체력과 끈기, 목표의식이 배움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이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열정이다. 열정이 없으면 배움을 계속하기 어렵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야말로 최고의 태도다. 배움의 길에는 늘 성실과 인내가 따른다.

배우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하려면 언어를 거쳐야 한다. 언어는 생각의 통로다. 이렇듯 배움은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체가 배움이 될 때 인생의 의미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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