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수원의 진산(鎭山)인 광교산,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고 고려 태조 왕건이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수부도시-수원의 허파다. 수원은 주위에 큰 산이 없는 평야지대라 광교산은 시민에게 물을 대주는 역할을 해 온 고마운 산이기도 하다. 바위가 거의 없는 덩치 큰 육산(肉山), 흙산이면서 시내를 관통하는 수원천의 발원지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인근 각지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명산이자 시민들의 유원지가 됐다. 1년 전에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1.5km에 마루길을 놓았다. 주변에 벚꽃과 다양한 꽃나무를 심어 아름답게 꾸몄다. 원두막도 짓고 표주박도 지붕을 덮었다. 이곳인 관할구역인 홍성관 장안구청장은 광교마루길 사랑이 남다르다. 전망대도 만들고 수변 산책로를 힐링 지대로 바꿔났다. 그가 구청장 취임 100일을 맞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교마루길 조성’을 가장 보람된 시책 앞자리에 두고 있을 정도였기에 그렇다.

며칠 전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장님, 광교마루길 주변에 조형물을 설치할려고 합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조형물 옆에서 기념사진도 찍게 하고 싶어서란다. “회장님이 아이디어가 많은 신분이라 부탁드립니다.” 벚꽃이 피면 그 자체가 장관(壯觀)인데, 더 뭔가를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간절한 호소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광교산이나 저수지주변에 딱히 어울리는 조형물을 세우고 싶다는 홍 청장의 뜻이 깊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포토존(photo zone)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의 의지와 열정이 또 하나의 꽃으로 개화되길 바란다. 쏟아지는 머리 아픈 민원행정 처리하기에도 골이 지끈거릴 텐데 공직자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닐 상 싶다. 조형물이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은 무궁무진하다.

이 시대의 화두는 예술과 문화다. 지난 세기를 지탱해온 성장 동력이 제조업 기반의 산업화에 있었다면, 이제는 예술과 문화가 국가와 도시 경쟁력의 원천이다. 국가와 도시는 내부에 얼마나 많은 창조적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경쟁력의 비교우위가 결정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들에 의해 국가나 도시는 양(量)에서 질(質)로, 질에서 격(格)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도시와 지역의 재생에서 예술의 창조적 가치가 힘을 발휘한다.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홍 청장의 생각에 힘을 보태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겠다. 광교마루, 어딘가에 멋진 조형물이 세워진다면 조각이든 조형물이든 오가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 올 것 같다.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럴 것만 같다.

딱히 광교저수지에 얽힌 설화나 스토리텔링감이 없다. 해서 광교산 호랑이를 의인화(擬人化)하여 친근감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아니면 덴마크 코펜하겐 호수가에 있는 인어상(人魚像)을 본 따 만들어 이국적 풍광을 품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설치미술도 생각해 봄직하다. 크고 작은 나루 배를 만들어 ‘인생 여정’을 표현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피카소가 “미술은 더 이상 창조가 아니라 발명”이라고 했다. 발명이 가능한 것은 상식을 뒤집어 생각하는 실험적 사고를 발휘할 때 기발한 작품이 태어난다. 미술은 눈으로 보는 예술이다. 광교마루를 밟는 이들이 조형물을 보고 때론 즐거워하고, 감동하고, 또 때론 지적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 아마도 홍 청장이 그리는 광교마루길일 것이다.
 
예술은 일상이다. 예술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활동이다. 공직자가 예술적 마인드를 갖고 시책을 이끌어 가는 것은 이런 면에서 바람직하다. 작품은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로 남게 되지만, 사실 예술작품은 발상에서 작품까지의 긴 과정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다. 과정 자체도 예술이 된 것이다. 물론 생각만으로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아이디어와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합쳐져야만 만들어지는 작업이다. 의지와 열정은 시(詩)보다 아름답다. 홍 청장이 광교마루에 조형물을 세워 놓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예술이다. 그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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