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손님이 짜다면 짜다. 주인100’이라는 어느 식당에 걸린 글귀가 눈에 박혔다. 손님이 왕이다. 아니 황제다. 100-1=99가 아니라 영(零)이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100은 완전한 수치다. ‘주인100’은 손님의 말을 경청(傾聽)하겠다는 확실한 의지표명이다. 무객불립(無客不立)이다. 고객이 없으면 설 수 없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시민이 주인이다. 좋은 손님이 있으면 축복이고 기쁨이다. 공직자는 행정수행의 주역이다. 공직사회가 변하면 나라의 운명도, 한 도시의 색깔도 바뀌게 된다. 부서를 넘어 국가를 보는 힘, 지역을 넘어 세계를 보는 귀, 현재를 넘어 미래를 보는 눈으로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바꾸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소위 ‘관피아’로 불리는 퇴직관료들의 부도덕하고 태만 때문이다. 독점적 로비스트로 비리, 부패를 낳은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자 엄벌’과 ‘관료마피아’ 척결을 누차 강조했다. ‘관피아’라는 관료집단이 방해물이 되어 감독부실을 낳았기에 그렇다.

어느 때보다 확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공직자들이 절실한 때다. 관료사회가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 서 있다. 시민이 짜다면 짜다. 시민이 언제나 옳다. 공직자는 윤리적, 공익적으로 보다 바르고 따뜻하게 공정한 생각을 지녀야 한다. 시민이 신뢰할 수 공직사회가 돼야한다. 찾지 않는 한 길은 없다. 가지 않는 한 성취할 수 없다.

‘공직자에게는 영혼이 없다.’라고 한다. 나라의 융성과 시민들의 삶은 공직자들에게 달려 있다. 이 말은 진리이며 역사적 검증이 아닌가. 언제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된 조직이어야 한다. 국민적 요구인 국가개조는 바로 관료개조다. 온 국민의 큰 충격과 분노를 삭이는 길이다. 공직자는 공인이자 공복(公僕)이다. 공직자가 얼마나 유능하고 청렴하냐에 따라 시민들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 도시경쟁력도 정해진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다. 공직자에게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도의 윤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민주주의 발생지, 그리스가 위기에 처한 것은 국가부채와 과잉 복지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기본과 원칙이 없고 투철한 사명감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감독권을 가진 ‘해피아’의 행동과 업무처리 결과는 국민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시민 위에 있다는 생각, 나는 보장된 공무원이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다는 생각 등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를 어제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변화와 창의의 정신이 요구된다. 인간의 사고에는 과거의 경험과 지식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틀짓기 효과(framing effect)’가 있다.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새롭지 못하면 관료라는 틀 속에 생각이 갇히고 색이 바랜다. 시민이 틀렸다면 틀린 것이다.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진정한 친절과 봉사가 이어져야 한다. 인격과 전문지식도 쌓아가야 한다. 경기(景氣)가 바닥이다. 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다.

‘철밥통, 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시민들의 비난을 외면하면 안 된다.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제품을 쉼 없이 개발한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낸다. 공직사회의 변화와 시민을 위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는 공직자들은 얼마나 될까. 인생이란 역수(逆水)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뒤로 물러난다. 상황이 궁해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고정관념만 내려놓으면 된다. 자신이 맡은 이에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자리 잡을 때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이제 공직사회도 시민의 요청이나 필요에 의한 단순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시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청렴의식과 함께 열정과 창의성, 추진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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