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내일 6일은 현충일이다. 오전 10시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 국민은 1분간 경건히 묵념을 한다. 순국선열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초개(草芥)처럼 바친 애국선열과 전몰장병들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표시다. 그 유족들을 잘 보살피겠다는 ‘무언의 서약’이기도 하다. 국민 누구나 다 참가해야 하는 행사다. ‘선열의 고귀한 유지(遺志)를 그대로 이어받을 의지가 있는가, 유가족이나 유자녀들을 물심양면으로 진정 위로했느냐’는 자문자답을 해 볼 때 호국보훈의 달이 지닌 뜻을 헤아릴 수 있다.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얼룩진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도 끝났다. 세월호 교훈을 길이 새기며 공명한 정책선거가 되길 바랐지만, 그렇지가 못했다. 국가의 목표와 전략은 나라의 융성과 쇠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자각을 못하며 서서히 나빠져 가는 환자보다는 혹독한 통증을 겪은 환자가 근본적인 치료를 거쳐 더욱 건강한 체질이 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많은 환부가 도사리고 있는지 총체적인 반성과 점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준 뼈아픈 사건이다.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보면서 아직 무엇이 중요하고 지켜가야 할지를  헷갈리게 했다. 한 도시는 시민들의 얼굴이 모여서 만들어진 모자이크다. 시민 개개인의 얼굴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 물론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의 얼굴도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 달콤한 공약이라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 나라가 어떻게 이뤄진 나라인가. 국가보훈처가 내 세운 슬로건처럼 ‘희생으로 지켜온 우리 조국’이 아닌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목숨을 바쳐 일군 나라다. 일본의 침략으로 식민지가 됐을 때도 그랬고, 6·25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그랬다. 이렇듯 독립운동을 전개한 애국지사들, 북한의 침략에 나라를 지킨 호국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행복을 구가(謳歌)할 수 있는가. 단란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가.

현충일, 아침 태극기를 걸자. 이 분들의 애국심과 희생을 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본을 잊는 것이기에 그렇다. 수부도시-수원은 대한민국 보훈가족이 함께 사는 보훈원이 자리하고 있는 도시다. 보훈의 참 의미를 절실하게 느껴야 하는 도시다. 호국영령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 국내산 태극기를 달자. 이제껏 우리 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태극기가 중국산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원가절감 차원이라 해도 지나친 일이다. 한 국가의 상징물을 그것도 6·25당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우리 군에 막대한 희생을 가져다 준 중국산 태극기라니 기가 찰 일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즉시 전 군에 국내산 태극기로 바꿔 달아야 한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수원시 보훈단체들이 한 곳에 입주한 새로운 ‘보훈회관’도 마련됐다. 기업이나 사회단체는 이들 단체와 1대1 자매결연이나 후원협약을 맺어 보훈가족을 돌보는 일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다.’ 역사학자 카(H.D. Carr)의 말처럼 국가정체성을 세우는 일에는 보편적 사실에 근거한 기록으로서의 역사도 매우 중요하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현충일 행사에 참여토록 할 필요가 있다. 이들 세대는 호국보훈의 달과 현충일에 대한 참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교육현장에서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세월호 참사처럼 이 또한 어른들의 잘못이다. 세대 간 단절은 곧 역사관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수원 보훈원 안에 ‘보훈역사관’을 세워 애국지사와 참전 용사들의 귀중한 유품과 사료, 그 분들의 증언을 한데 모아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게 해야 한다. 세계경제규모 15위의 경제볼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다. 더 이상 편히 영면(永眠)을 못하는 호국영령이 없도록 우리 모두 ‘호국보훈’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6월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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