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밝고 뜨겁고 건강한 계절 7월 지난 주말에 만석공원 야외무대에서 색다른 공연이 펼쳐졌다. 사단법인 경서도창악회가 주최한 재담소리 ‘장대장네 재담굿’과 ‘장님타령’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작품은 개화기에 사대부사상을 견제하고 평등사회를 구가하려는 목적으로 양반과 당시에 천격인 무당을 부부로 만들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내용이다. 많은 시민이 관람하며 축하의 박수와 함께 질펀한 웃음바다를 이뤘다. 재담소리는 소리와 연기, 춤으로 엮어진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 역사 또한 깊다. 소리를 바탕으로 한 전통연희 극이자 옛 개그뮤지컬이자 코미디다. 특히 고종황제 때에 재담소리는 대중의 인기가 대단한 예술작품이었다. 일제하에서는 신파극의 영향을 받아 만담이라는 장르의 재담이 태어났다. 최근에는 전통에 재담을 만담화 시켜 활동하고 있다. 흔치 않은 공연무대다. 찌든 삶의 고됨을 풀기위해 해학과 과장, 풍자 등으로 풀어나가는 생활 음악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탈춤, 가면극이 성행하고 판소리도 창극화되기 시작한 때다.

재담소리는 주위를 보고 느낀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표현하려던 방법에서 건저올린 또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이다. 예술은 새로움을 찾아 나서고 이에 도전하는 지적 호기심의 역사다. 일제 암울한 시대 우리 삶이 탄탄치 못하였을 때, 재담소리는 민중의 울분을 함께 토하는 무대였다. 

각광받던 재담소리가 해방이후 단절됐다. 몇몇 재담소리 예능보유자에 의해 전승되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재담소리가 살아났다. 거의 끊겼던 재담소리가 복원되어 수원무대에 올려 진 것은 자못 의미가 깊다. 재담소리의 깊이를 더해주고 나아가 외연(外延)을 넓혀준 재담꾼들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 예술은 우리의 삶의 표현이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그것의 가능성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예술은 가능성을 현실의 시각으로 옮겨, 삶을 밀도 있고 강렬하게 표현한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민족은 소리를 통해 그 맥을 이어왔다. 우리 것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잊혀졌던 우리문화와 전통예술을 이어가는 노력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재담소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갑고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전승자는 물론이요, 이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늘어날 수 있게 현대감각에도 맞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풀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사색을 통해 성찰하고 깊이 관조(觀照)하는 것은 삶의 내면과 만나는 일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재담소리가 시민관객들의 팍팍한 삶에 재치와 재미가 얹혀지길 바란다. 재치 있는 이야기, ‘재담소리’공연을 펼치는 경서도창악회, 재담소리보존회 최영숙 회장을 비롯한 예능보유자 백영춘, 이수자 김영훈, 이수림 등 참여 예술인들에게 축하의 박수와 찬사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의욕 넘치는 재담소리의 이색적인 공연무대가 많은 시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기에 그렇다.

예술은 주위 세계를 보고 느낀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표현하려던 방법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 재담소리 역시, 새로움을 찾아 나서고 이에 도전하는 지적 호기심의 역사이며, 우리네 삶의 이해를 위한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또 다른 예술작품이다. 요즈음 같은 다원화 시대에 재담소리는 삶을 풀어가는 예술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재담소리는 이성적 사유(思惟)의 산물이 아니라 감성적 표현의 산물이다. 예술은 삶 자체의 해석이다. 예술의 근거가 되는 삶 자체는 결국 하나의 예술적 창조로 이어진다. 예로부터 이어져오는 재담소리는 우리네 삶을 비쳐주는 거울이요, 반영이기 때문이다. 재담소리가 또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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