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여 년간 사기업에 다닌 적이 있다.

한 회사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회사의 이익창출만을 위한 업무에 뭔지 모를 공허함을 느꼈고,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나는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2015년 1월부터 수원보훈지청에서 '보훈복지사'라는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보훈복지사는 65세 이상의 국가유공자 분들 중 독거노인이나 치매, 중풍, 노인성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함에도 가족으로부터 수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 적절한 수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상자 댁을 찾아가 맞춤형 재가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유공자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어려움들을 가지고 계신지, 무슨 도움을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점점 더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 분들의 마음을 조금씩 공감하고, 그 분들의 삶속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고 노인성 질환으로 걸음을 절뚝거리며 다니면서도 가사 간병 서비스 받는 것이 국가에 폐를 끼치는 일이라며 한사코 거절하시던 어르신들··

그리고 6ㆍ25전쟁 때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시며 한 평생을 다 보내고 이제는 쇠약해진 작은 몸을 한쪽 방구석에 기대어 세월에 대한 한탄과 서러움을 조곤조곤 이야기 하시던 할머님과 전쟁 때 국가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주어지는 혜택은 별로 없었다며 서운해 하시던 할아버님들.

또 요즘 세상 살기 힘들어 자식들의 돌봄도 제대로 받기 힘들어지고 심지어 당신 몸이 아파도 아프다는 전화도 하지 않아 왜 그러시는지 여쭤보니, 잘 오지도 않는데 아프다고 하면 더 안 온다는 어르신의 말씀은 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이런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케어하는 보훈 섬김이 선생님들은 어떤 분이실까?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선생님들을 만나고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만 일을 하시는 거라면 결코 몇 개월 이상 계속 하실 수 없으리라. 어르신들을 마치 자신의 부모님인양 보살피고 청소, 빨래, 식사준비 등 궂은일 까지 마다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 눈에는 그저 날개 없는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계절 과일이 시장에 나오기라도 하면 어르신들 생각을 하시고, 그 분들의 표정만 봐도 왜 그러시는지 금방 알아채고, 그 분들의 기쁨과 슬픔을 늘 진심으로 함께하시면서 쌓인 견고한 신뢰 관계는 결코 유공자와 자식 간의 그것 보다 덜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늘 어르신들을 대하는 섬김이 선생님들의 정성을 보며 존경과 감동, 때론 반성과 감사함을 느끼면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정말 이런 선생님들의 정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이러한 귀한 마음을 제대로 받을 줄 모르는 분들도 계신다.

집안 구석구석을 더 깨끗하게 청소해주지 않는다며 경제적 가치만을 따져 이일 저일 핀잔만 하시는 어르신들, 서비스를 해드리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고 배려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어르신들.

그 분들 나름대로 어떤 아픔과 상처가 있어 그럴 수도 있으시겠지만, 섬김이 선생님들의 정성과 마음을 더 봐주신다면 진정한 섬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실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케어를 받고 계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선생님들께 마음을 많이 의지하고 누구에게도 잘 하지 않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으시며 위로를 받고 자신의 딸 인양 아껴주시는 모습을 뵐 때마다 참으로 보람된 업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섬김이 선생님은 그저 단순히 도우미도 아니요, 단순한 간병인도 아닌 마음을 다해 유공자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말 그대로 그 분들의 삶을 섬기는 귀한 유공자의 파트너이다. 

올해는 광복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특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나라에 공을 세우신 분들에게 보답한다는 보훈의 의미를 예전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