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미루다

김씨는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받았지만 차일피일미루기만 하고 받지 않았다. 별 증상이 없기도 하고 업무가 바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시간 날 때 맞춰 건강검진을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이들 교육비가 늘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자 건강검진은 더욱 나중일이 되었다.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하고 참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더는 참을 수 없는 '때'라는 것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쓰리고, 간헐적으로 배가 아픈 증상이 반복되다가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구토증상까지 보인 것이다.

뒤늦은 검사에서 드러난 '위암'

구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먼저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보니,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통하는 부위를 종괴가 거의 막고 있었다. 그래서 음식물이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구토를 거듭하게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조직검사에서 위암 중에서도 분화가 잘 되지 않은 '미만형(Diffuse type) 위암'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병기 설정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였다.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과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은 왜 배가 나오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위암이 복강, 그러니까 배안의장기와 복벽 사이의 공간에 이미 전이되었던 것이다. 위암세포는 복벽과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막인 복막에서 자라나고 있었고, 그곳에서 암세포들은 액체성 물질들을 분비했다. 그렇게 복수가 형성된 것이다.

항암치료 4개월, 그 후복수가 복강 안에 가득했던 김씨의 병명은 진행성 위암4기, 다시 말해 '복막으로 전이가 된 위암'으로 진단됐다. 위암 4기에서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생존기간은 5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위암은 항암치료에 덕을 볼 수 있는 암이 아니었다.

김씨 부부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내용을 전했고, 김씨 부부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제 몸이 그렇게 안 좋은지도 모르고, 소화제만 먹었어요, 제가 너무 바보 같아요" 김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필자는 김씨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종양에 의해서 막힌 부위에 스텐트를 넣어주었고,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혈액종양내과로 전과시켰다. 하지만 불행히도 김씨는 항암치료4개월 만에 운명했다.

위암 완치의 길은

'조기 발견'에 앞서 소개한 김씨는 필자가 4년 전에 만났던 환자이다. 많은 위암 환자를 만났지만, 유독 김씨가 기억에 남는 것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위암이 발견되어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들과 젊은 아내를 뒤로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위암은 김씨의 경우처럼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예후가 지극히 불량한 병이다. 그러나 조기에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한다면 완치율 100%에 이를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남미의 여러 국가와 더불어 위암 호발국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위암이 조기에 발견되어 적절히 치료될 수 있도록 2년마다 40세 이상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위장조영 촬영술 또는 위내시경을 시행하고 있다.

위장조영 촬영술이란 X-선을 이용한 검사이다. 환자에게 X-선에 투과되지 않는조영제를 먹게 한 후, 위를 여러 각도에서 X-선 촬영을 하면 위벽 내부의 굴곡을 알 수 있다. 이때 정상 굴곡과 상이한 경우 위암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엔 위내시경을 해서 병변을 확인해야 한다.

위내시경은 내시경기계의 선단에 소형 카메라가 달려있어, 육안으로 위점막을 관찰가능하게 한다. 그런 만큼 위내시경 검사는 위장조영 촬영술보다 정확도가 높다. 또한, 위점막의 굴곡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조기위암, 위선종의 진단도 가능하게 한다.

위암 완치 후에도 검사는 필요하다위내시경에서 조기 위암으로 판단되어 내시경적 절제술을 고려하게 되면, 내시경 초음파 검사 및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시행하게 된다. 내시경 초음파 검사로 위암의 침범 깊이를 검사하고,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되어 있는 상태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주변에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이 있는지도 같이 확인하게 되는데, 내시경 초음파 검사가 이것을 확인하는 데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라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함께 시행하여, 림프절 전이 및 다른 복강 내 장기 이상 여부도 함께 살피게 된다.

조기 위암 상태로 위암 치료를 받고 완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주기적인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필요성은 위가 보존되는 술식일수록 더하다. 즉, 위의 나머지 부분도 암이 될 위험이 높다는 얘기이다.

특히, 내시경적 절제술은 수술과 달리 위를 보존하게 되므로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큰 장점은 있지만, 향후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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