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지난 초겨울 일본에서 '겨울연가' 열풍이 불더니 최근에는 홍콩에서 '대장금' 열풍이 불고 있다.

TV 드라마가 주도하는 한류(韓流)가 말 그대로 연속극(連續劇)처럼 아시아의 이 나라 저 나라를 굽이치며 흐르고 있는 셈이다. 홍콩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시청률 30%의 기록도 그렇지만 밤 10시부터 방영되는 '대장금'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찍 귀가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드라마가 미치는 문화적·사회적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대장금' 열풍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다른 곳도 아닌 홍콩에서 '대장금'이 통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대장금' 열풍의 파급력이 '겨울연가'의 그것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홍콩이 어떤 나라인가? '음식남녀'라는 영화까지 나올 만큼 음식과 요리의 천국이 아닌가. 그런 나라에서 '대장금' 열풍이 불면서 지금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궁중요리를 맛보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된다. 몇 년 전 홍콩에서 사스(SARS)가 확산될 때 한국 요리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김치와 마늘을 먹으면 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장금'의 영향으로 "한국 요리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한 편의 드라마가 '소문'을 '인식'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사실 그런 사례는 이미 국내에서도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게 하면 사람들은 '영덕 대게'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대장금'에서 배우들이 '울진 대게'를 연발하자 양상은 바뀌었다. 적어도 이제 '울진 대게'를 '영덕 대게'와 함께 거론하는 것을 자연스러워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선 의미 있는 만남의 자리가 있었다.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조우현 인천공항공사 사장, 지일현 한국관광공사 해외사업본부장, 최노석 한국음식업중앙회 정책실장, 이형모 시민의신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7000만 관광입국'을 주제로 열린 간담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여러 가지 흥미로운 담론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7천만 관광객의 추산 근거와 '항아리 투어'라는 신조어였다고 한다. 이 두 가지 담론을 한 참석자의 전언을 통해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인구는 13∼14억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과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경제가 발전할수록 해외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가까운 나라부터 찾게 될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가 아니겠는가.

중국 인구의 5%만 관광객으로 유치한다고 해도 간단하게 7천만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이 현실화되면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들이 한국을 찾아왔을 때 실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 숙박, 음식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류와 연계한 각종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으로 입국한 중국인들이 서해-남해-동해 등 해안을 따라 여행하는 '항아리 투어' 노선을 개발하고, 각지마다 그 지역의 특성을 한껏 살린 문화 인프라와 콘텐츠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17대 국회의 '한류통(韓流通)'으로 꼽히는 우상호 의원이 했던 다음과 같은 발언은 귀담아 들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과거 중화학공업과 정보기술(IT)산업 육성을 했듯 한류도 육성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후지산과 가부키, 스시, 기모노, 스모 등 5개를 국가상징물로 지정해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상품에 적극 활용하도록 해왔다. 엄청난 홍보비를 쏟아 부은 제주도의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30만명에 그치고 있지만, 춘천은 '욘사마(배용준) 효과'로 인해 홍보비 한푼 없이 연 20만명의 외국인이 찾게 됐다는 것을 주목하라."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논의에 각 지역 주민과 언론이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장금'과 울진 대게의 관계가 가진 힘을 제대로 읽어내자.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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