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시대의 정치가이자 실학자로 명성을 떨치고 초대 수원화성(華城)의 유수(留守ㆍ조선시대의 지방관)을 지낸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ㆍ1720~1799) 선생의 후손들이 보물급 유물 135점을 수원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11일 수원시에 따르면 번암 선생의 6대 종손인 채호석(78)씨 등 후손들이 12일 오후 2시 시청을 방문해 번암 선생의 영정 등 초상화 4건, 어필 9건, 고문서 11건, 시문 6건, 간찰(편지) 20건, 고서 및 기타문서 각 7건 등 7종 64건에 이르는 유물 135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이 유물 중 번암선생의 문집인 번암집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축성의 실재를 알려주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밖에 화성에 주둔한 장용영 외영의 관련 자료, 화성의 과거시험 및 실학관련 자료, 정조대왕의 친필 문서 등 당시 정치, 사회, 생활사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포함돼 있다.

특히 지난달 1일자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채제공 선생 영정은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영정은 조선후기 초상화의 대가인 이명기의 작품으로 다른 작품과 달리 연필로 그린 초본이 함께 소장되어 있어 18세기 후반 조선에 연필이 수입돼 사용되었음을 알려 주는 한국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자료이다.

이 유물들은 애초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실학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으로 협의가 진행중이었으나 수원화성사업소의 김준혁(38) 학예사가 1년 넘게 후손들을 찾아가 '번암선생이 수원화성과 깊은 연관이 있고 화성박물관에 전시할 것'이라고 설득해 수원시에 기증받게 됐다.

수원시는 번암 선생의 유물을 2008년 완공될 화성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하고 우선 내달 30일 개관될 화성홍보관에 특별전시할 예정이다.

번암 선생의 6대 종부인 김혜정(75)씨는 "오랫동안 집안의 가보로 소중하게 간직해 온 유물이지만 보다 많은 학자와 사람들이 보고 연구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아낌없이 기증하기로 가족들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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