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는 단지 그 빚을 갚아가는 중입니다.”

수원의 한 30대 총각 선생님이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해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감동을 주고 있다.

창현고등학교에서 생태와 환경을 가르치는 곽동민(33)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곽씨는 여수에서 지난 2004년 창현고로 부임해왔다.

▲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이식해 준 수원 창현고 곽동민 교사는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다른 이에게 받은 도움 갚아가는 중"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1996년인가 1997년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라며 말을 시작한 곽씨는 평소 헌혈을 자주 했었는데 한번은 헌혈하는데 골수기증에 대한 설문지를 받은 적이 있단다.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골수기증을 한다고 서명했죠”라며 웃음 지었다.

올 4월 한국 조혈모 세포은행협회에서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곽씨의 유전자와 95%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있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은 곽씨는 바로 전화를 해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조혈모세포은행 관계자가 쉽게 판단하지 말고 신중히 생각해 결정하라고 권유했다.

"골수기증을 하겠다고 하고서 나중에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럴 경우 환자의 생명이 더 위험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3일간의 고민 후 곽씨는 “단지 기적이 아니라 나 때문에 한 사람의 생명이 살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흔쾌히 기증의사를 밝혔단다.

“골수기증을 결심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좋은 몸 상태로 기증을 해야 환자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는 곽씨.

여름방학에 잡힌 수술계획이 환자사정에 의해 연기돼 올 10월 26일로 확정됐고 지난달 25일 입원한 후 26일 오전에 수술에 들어갔다.

“사실은 골수기증 수술 때 가족 동의서가 있는데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 형과 누나에게만 알렸는데 반응은 반반이었죠”라고 말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무섭고 불안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곽씨는 "골수채취라면 척추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오해해 두려워하고 하는데 골반(엉덩이)뼈 속에서 채취한다”고 전해줬다.

“28일 퇴원하고 지금은 다 회복된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골수기증 후 조혈모세포은행 관계자가 "몸은 어떠냐, 환자의 결과가 나쁘면 2차 기증도 해야 한다"고 전화를 해왔단다.

보통사람들은 수술후 회복기간이 3~4주 정도 필요하지만 곽씨는 상태가 좋아 수술 4일만에 퇴원했고 현재 건강한 모습으로 교단에 서고 있다.

골수기증을 했다는 사실이 하나 둘 알려지면서 곽씨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생각을 했느냐"라는 질문보다는 "왜 했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골수기증은 생명에 대한 경외와 나눔이 아니겠느냐며 "꺼져가는 이름모를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곽씨는 말한다.

“수술 후 3~4주면 빠진 골수가 다시 찬데요. 지금은 뛸 수도 있을 만큼 건강해졌죠”라며 웃음 짓는다.

“저는 주위에서 많은 걸 받고만 살아왔어요. 지금은 그 빚을 갚아가는 중”이라며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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