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이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다 아는 옥고(玉稿)란 단어가 있다.

훌륭한 원고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원고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통상 '출판기념회'는 이러한 옥고(玉稿)를 낸 이의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일컫는다.

그래서 원고의 주인들은 조금이라도 글이 부족하다 싶으면 출판기념회를 제안받더라도 손사례를 친다.

졸작이 부담스럽다며 행사를 마다하는 것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미덕이며 얼마전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세태가 변한 탓인가. 너도나도 하는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는 시대가 됐다.

덩달아 이름도 ‘북콘서트’로 진화했다.

거기엔 옥고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정치인들의 참여(?)가 일조를 했다.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 원고를 준비해야 함에도 출마와 출세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기념회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선거철만되면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는 정치인은 바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따라서 때만 되면 억지로라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기획사나 브로커까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미 선거판의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지도 오래됐다.

요즘 전국 어디에서나 이름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인 출판기념회와 북 콘서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오는 6월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통해 본인의 출마 의지를 다지고, 지역 내 세 결집과 얼굴알리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례시 원년인 수원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6월 초대(初代)시장을 꿈꾸는 여야 예비주자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콘서트 6건이 열리거나 열릴 예정이다.

오랜 관행이라는 이같은 ‘세마리 토끼잡이식’ 출판기념회 덕분에 바빠진 사람들은 또 있다.

눈도장을 찍으려는 일부 공무원과 지역 업자들이다.

예비 시장 군수에게 ‘줄서기’와 ‘잘 보이기’를 해야하는 이들에겐 ‘누구한테는 가고 누구에겐 안가고’라는 갈등을 겪으며 내심 속앓이도 심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출마 예비주자들의 출판기념회는 지방선거 90일 전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설 전후로 몰리고 있는 경향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홍보를 하며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구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애당초 읽으라고 펴내는 게 아니란 혹평도 있다.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내용에 있어서 ‘지역과 나라,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삶, 정치역정, 철학,· 비전, 희망 등의 단어가 버무려진 자화자찬 에세이나 치적 등을 담은 자서전 형식’으로 대동소이해서다.

아무튼 돌아온 ‘출판기념회 시즌’ 대선과 맞물려 지역정가 또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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