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월 버스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붙잡혔다.

그리고 기소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당사자는 과하다며 곧 항소했다.

그러자 2심은 1심과 정반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다. 몰래 촬영이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3년후 이 사건은 다시 뒤집혔다.

2021년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 보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불법촬영의 대상이 되는 신체는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복이 몸에 밀착해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도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레깅스가 일상복이 됐고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나온 점 등을 무죄 근거로 삼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피고에게 내려진 성폭력 치료와 벌금형도 확정됐다.

당시 이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많은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 뿐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피해 감정을 포함한다”며  ‘성적 자유’의 의미를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해서 의미도 크게 부여했다.

이처럼  불법 촬영을 유발할 정도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패션.

요즘 보편화된 여성 패션으로 유행하면서 논쟁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는 비판과 패션의 자유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처럼 패션에 상당히 개방적인 나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레깅스 논쟁은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운동복의 일종인 레깅스가 일상복이냐는 견해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레깅스와 같은 여성의 특정 패션이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룩’ 패션도 여기에 속한다.

또 속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겉옷을 착용하는 ‘란제리룩’, 아주 짧은 바지로 마치 하의를 입지 않은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내는 ‘하의 실종 패션’ 등도 마찬가지다.

유행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반복됐다.

최근엔 레깅스에 브라톱, 크롭티셔츠만 입고 외출하거나 등산하는 패션이 유행, 유사한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출근은 물론 외출시 착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논란은 가열중이다.

그런가 하면 과다한 레깅스 패션으로 헬스장에서조차 '개인 자유'와 '운동 시야 방해'로 남녀간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물론 '레깅스 촬영'사건 2심처럼 여성이 노출 많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이 몰카나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식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임이 분명하다.

다양화된 사회 마음대로 옷 입을 자유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인식도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만 시간과 장소, 시대 상황에 걸맞은 의상을 입는 배려 또한 남녀 구분 없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 모 취업 알선업체가 조사한 레깅스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분위기가 자유롭더라도 이 패션 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꼽힌 출근 복장으로 레깅스가 1위에 올랐다고 해서다.

특히 여성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레깅스’를 꼴불견으로 꼽았다는 것.

아무튼 올여름 거리에서 부쩍 많이 보이는 레깅스 패션. 논란중이지만 올 최대 유행 패션임은 틀림 없는 모양이다.

지난해에 비해 레깅스 판매량이 3배로 늘고, 시장 또한 7000억원을 훨씬 넘겨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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