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박인건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털털한 웃음과 말로 인터뷰 내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박인건 사장. 문화는 열정이며 목표라는 박인건 사장과의 인터뷰 내내 그 힘에 매료됐다.

▲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우선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의 1주년을 맞는 소감을 말해 달라.

▲지난 1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1년이 더욱 빠르게 느껴지는 듯하다. 취임 1주년이라고 하면 먼저 기쁘고 좋아야 하는데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하고 싶다. 52명의 단원이 해촉되는 일을 겪으면서 무척 마음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좋은 후배, 좋은 친구를 잃은 것은 아닌지 아쉽고 안타깝다. 하지만 경기도 내 문화발전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의 발전을 위한 일의 과정이었다.

―단원해촉의 문제로 안 좋은 일도 겪었는데, 어떤가.

▲52명의 단원이 해촉되고 새로운 단원들이 들어왔다. 신규 단원과 옛 구성단원간 교체로 인해 처음에는 긴장감의 고조 등 역효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선의의 경쟁으로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일부 30여명의 해촉단원들이 소송 중에 있지만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의 1년 사업과 목표가 있다면.

▲경기도 단체가 시보다 못한 단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 세계의 최고는 못되더라도 한국에서는 최고가 돼야 한다. 하루아침에 좋아질 문제는 아니지만 과거의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와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공연장 사업은 일종의 서비스업이다. 관객들뿐 아니라 공연을 하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 이곳을 찾았을 때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으로 탈바꿈돼야 한다.

지난 2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 전당 시설 6개 부분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완료했다. 대공연장 로비 개선은 물론, 벽과 천정의 도장, 9개 분장실 개선, 8개 화장실 시설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토피어리 광장도 만들어 관객을 많이 끌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화의전당 역할은 질 높은 공연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인건 사장이 말하는 마케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문화에 있어 왜 중요한지 설명해 달라.

▲나는 문화쪽에서의 마케팅을 ‘예술경영’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어떤 사업을 잘 경영하는데 필요한 것은 공격성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펼치는 마케팅도 당연히 필요하다. 물론, 일반 기업처럼 10억원을 써서 20억원을 버는 경영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질 좋은 공연을 유치하고 관객들에게 보다 많은 문화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업을 하면서 최소 10억원을 써서 3억원의 수익을 얻는다면 다시 그 수익은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패티김 공연에서의 수익금 전액을 독거노인들에게 기부한 것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을 나눔의 문화복지공간으로 만든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문화복지사업인 사랑의 문화나들이와 멘토프로그램, 그리고 모세혈관문화운동을 운영하고 있다. 모세혈관문화운동은 익히 잘 알려져 있듯이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

내가 처음 취임했을때 약속했던 것이 있다. 도문화의전당 광장을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예산의 부족 등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현재 토피어리로 조금은 약속을 지킨것 같다. 이번 겨울에는 광장 일부에 스케이트장을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수원 및 경기도에서 갖는 의미와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는가.

▲임기가 2년이고 비전이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경기도 내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가 시드니의 랜드마크이듯 말이다. 내 임기 내에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내가 하고 또 앞으로 이 자리에 앉는 누군가가 맡아서 일을 잘 해준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외형적 하드웨어와 내용인 소프트웨어가 잘 결합해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꼭 공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쉼터가 돼야 한다. 도문화의전당이 15년 됐는데 앞으로 20주년이 될 때 외형적으로도 멋드러진 모습으로 바뀌면 어떨까 기대해본다. 물론, 공연의 가치면에서 그 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수원은 인구 백만이 넘는 대도시이고 경기도의 특성상, 문화가 많이 발달했다. 그런 반면, 수원시민들의 문화 참여 수준은 낮은 편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것은 마케팅이 문제다. 수원시 내 사거리 곳곳에 문화의전당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연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철저한 마케팅을 펼쳐야 인식도 확산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연 마케팅 부분에서는 계속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그런 홍보를 보고 도 문화의 전당으로 찾아와 주면 되는 것이다.

―2008년에는 쉬지 않는 공연장, 도립예술단 공연과 찾아가는 공연 확대 등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과 포부가 있는지.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둑을 못 두는 사람은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번째는 바둑을 두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는 바둑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문화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며 또 누군가 문화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찾아야 한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초입, 옷장에 고이 모셔놓은 멋드러진 옷 한 벌 꺼내입고 나에게 맞는 문화공연을 찾아보자. 그곳에 그동안 내가 잊었던 꿈이 있고 내려 놓았던 열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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