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2월 6일자 ‘급식노동자 호소 외면하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문제를 제기했다. “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급식노동자들이 각종 산업재해로 인해 불안한 상태에서 일을 한다면 급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주장에 공감했다. 학교 급식실에 인력을 더 배치하고, 환기 시설을 개선해야 하며 급식노동자들의 처우개선도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의 입장은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최진선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지난 13일 교육청이 가져온 안은 6개월 전 했던 얘기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도교육청과의 임금 교섭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결렬됐다.

결국 경기지역 학교 급식노동자 1000여 명(주최·경찰 측 추산)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15일 오전 11시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성행궁 광장까지 행진한 뒤 집회를 이어갔다. 급식노동자들의 요구는 ‘산재 추방’과 ‘임금인상’이었다. 급식실 적정인원 배치와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급식실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시설을 제대로 갖춰달라는 호소는 정당하다. 그대로 됐으면 급식노동자들이 산재피해를 입는 일이 최소화됐을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CT 검사 결과 동료 7명과 함께 폐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진단을 받았다는 한 급식노동자는 O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볶음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들이마시는 거예요. 다. ‘정말 이 일을 계속해야 되나’ ‘우리도 이러다 암 걸리는 것 아냐’라는 공포감이 들어요.”

폐 검진을 받은 전국 학교 급식 노동자 가운데 이상 소견이 나온 사람은 30%나 된다고 한다. 폐암 판정으로 산재가 인정된 사람도 재작년 14명에서 지난해 36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15배 높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일부에서는 35배 높다는 말도 나온다. 급식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조리흄이 발생하는데 호흡기에서 걸러내지 못해 직접 폐와 혈액에 침투, 체내 세포와 장기를 파괴한다.

학비노조는 새학기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당국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줬으면 한다. 총파업이 두려워서 하는 말이 아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급식노동자들이 사랑을 담아 만드는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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