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수원화성에 근접해 건축된 고층건물들로 인해 현재도 경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화성연구회) 
세계유산 수원화성에 근접해 건축된 고층건물들로 인해 현재도 경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화성연구회) 

[수원일보=정은경 기자]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와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회장 오덕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김영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500미터에서 200미터로 축소하는 일부 개정법률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법안은 지정문화재가 도시지역 중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 안에 위치한 경우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지정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200미터 안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지정문화재의 가치와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그 외곽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은 도시지역에서의 문화재 보호와 개인의 재산권 보장의 합리적인 조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화성연구회는 “개별 단위의 문화재, 즉 탑이나 가옥 등은 보존지역을 축소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화성처럼 규모가 큰 세계유산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경관을 파괴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성명서는 개정안이 200미터 밖에 거대한 고층 건물을 신축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개발 지상주의자들의 욕망에 근거하고 있으며 대다수 시민의 뜻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또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과 1997년 이후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 세계유산 화성을 가꿔온 수원시와 시민들의 노력을 저버리는 행위”라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경시하는 이 개정안으로 인해 “자칫 ‘수원화성의 세계유산 등재 해제’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성연구회는 200미터 축소가 아니라 500미터 구역 내 주민들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유산의 완충구역 내 주민들을 위해 폭넓은 세제 혜택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을 과감하게 투여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이에 500미터 구역내 주민들을 위한 지원책과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화성연구회 최호운 이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사장 등 임원과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오덕만 회장이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화성연구회)
(사)화성연구회 최호운 이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사장 등 임원과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오덕만 회장이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화성연구회)

■ 화성연구회는?

1998년 활동을 시작한 화성연구회는 역사학자, 교사, 교수, 건축전문가, 문인, 전통무예연구가, 연극인, 화가, 수집가, 사업가, 사진작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순수 민간단체다. ‘화성 바로알기 강좌’를 열고 많은 수강자를 배출했으며 '방문교육자 양성' 과정을 개설, 학교를 찾아가는 문화유산교육과 각 단체의 요청에 의한 강좌를 실시, 화성 바로 알리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또 문화유산 모니터링과 지킴이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문화재 지킴이단체로서 학교·기업과 함께 지킴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화성의 미복원 시설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바른 복원을 위한 활동도 펴고 있는데 그 중 화성의 사당인 성신사 터를 조사, 푯말을 세우고 고유제를 지내면서 수원시에 복원을 건의, 성신사 복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아름다운 성곽도시의 미래를 위해 수원시의 위탁으로 '수원화성도시건축대전'을 개최했으며, 정기학술회의와 화성 관련 자료 발굴과 연구 등 그간의 발표를 통해 축적한 논문과 자료는 화성의 바람직한 보전과 화성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낙성연(落成宴)'을 주최해오고 있다.

문화재의 보존·관리, 학술·연구, 봉사·활용 등 세 분야에서 성실하고 창의적으로 일하면서 쌓은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2007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의 010-6206-0788 화성연구회 최호운 이사장

 

■성명서 전문 

‘수원화성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 200미터로 축소’에 대한 우리의 입장

-자칫 세계유산 등재 협약 위반으로 ‘세계유산 자격 박탈’이라는 최악 결과 초래할 수 있어

-현 500미터 범위를 유지하고,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주민을 위한 지원책과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김영진 국회의원이 국가지정문화재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500미터에서 200미터로 축소하는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김영진 등 10인)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국가지정문화재가 도시지역 중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 내에 위치한 경우 보존지역을 200미터로 축소하는 것이다. 수원시도 같은 입장에 서 있는 듯하여 수원화성을 지키며 보존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걱정이 크다.

세계유산 수원화성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자 수원시민에게 자긍심의 근거이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도시의 발달과 함께하는 성곽 문화를 대표하며, 조선 후기 문예부흥기를 상징한다.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꿈꿨던 개혁군주 정조의 꿈이 담겨있는 유산으로 미래를 위한 유산이기도 하다.

한국성곽의 꽃으로 불리는 화성은 성곽 자체의 아름다움에 더해 자연환경과어우러진 풍광으로 이름이 높다. 이러한 화성의 아름다움은 우리 시대를 넘어 후대의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의된 일부 개정법률안을 보고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자칫 ‘수원화성의 세계유산 자격 박탈’ 즉 등재 취소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단위의 문화재, 즉 탑이나 가옥 등은 보존지역을 축소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원화성처럼 도시와 함께하는 경우 상황은 다르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수원화성은 성곽과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와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는 다음과 같이 천명하는 바이다.

첫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200미터로 축소하자는 의견은 대다수 시민의 뜻이 아니다.

둘째, 일부 개정 법률안은 성곽외부 200미터에 거대한 고층건물을 신축하겠다는 의도로 개발 지상주의자들의 욕망에 근거하고 있다.

셋째,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구역설립 뿐만 아니라 세계유산과 함께 주변지역의 삶이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여 자칫 ‘세계유산 자격 박탈’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법률안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과 1997년 이후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 수원화성을 가꿔온 수원시와 시민들의 노력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후손들에게 개발에 눈이 어두워 세계유산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못난 조상이 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주장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200미터로 축소하는 정량적 조정이아니라 수원화성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존하면서 주민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주민들을 위해 세제 혜택과 주거환경 개선에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성곽 외부 500미터 구역내 주민들을 위한 지원책과 이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화성연구회와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는 세계유산 수원화성이 지금보다 더 쾌적한 경관을 갖춘 세계적인 명소가 되길 소망한다. 

세계유산 수원화성은 자연친화적 풍광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 사람마다 즐거운 정조의 꿈이 실현되는 도시 수원의 상징이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세계유산 화성을 물려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우리에게는 이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 역사에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2023. 6. 07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회원 일동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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