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화성행궁 광장 앞 횡단보도에서 펼쳐진 ‘발레 IN 횡단보도’. (사진=김우영 필자)
5일 화성행궁 광장 앞 횡단보도에서 펼쳐진 ‘발레 IN 횡단보도’. (사진=김우영 필자)

5일 화성행궁 광장 앞 횡단보도를 지나는데 갑자기 ‘싱잉 인더 레인(Singin in the rain)’ 노래가 울려 퍼진다. ‘빗속에서 노래를 하며’라고 번역되는데 ‘사랑은 비를 타고’란 뮤지컬 영화 주제곡이다. MGM에서 제작해 1952년 3월 27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진 켈리가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싱잉 인더 레인’을 부르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세계 영화사에 남아 있는 명장면이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산을 든 무용수들이 횡단보도에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가 바뀌자 안전요원의 통제 하에 도로로 나가 거리공연을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다가 ‘2023 수원발레축제’가 시작됐다는 것을 떠올렸다. 횡단보도 공연은 2023 수원발레축제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발레 IN 횡단보도’였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공연은 꽤나 오래도록 진행됐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역광이라서 사진 상태는 좋지 않다. 뒤를 돌아보니 늘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여민각 뒤 화성당 카페 여주인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횡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행인들은 무더위도 잊은 채 공연을 관람했다. 버스나 승용차 안의 승객들도 핸드폰을 꺼내어 이 이색적인 장면을 담아내느라 바쁘다.

횡단보도에서 마주한 발레, 그 기쁨과 즐거움은 추억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일반 국민들이 좀처럼 접하기 힘든 발레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4일 동수원에서 열린 ‘발레 IN 횡단보도’. (사진=수원시)
4일 동수원에서 열린 ‘발레 IN 횡단보도’. (사진=수원시)

2023 수원발레축제는 8월 4~6일 수원시 일대 횡단보도에서 열린 사전행사 ‘발레 IN 횡단보도’에 이어 12일에 개막한다.

12일부터 14일까지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며 민간발레단은 16일까지 발레체험교실을 개최한다.

17일엔 학생과 일반인들이 자유참가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야제가, 18일엔 수원발레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발레와 모던발레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UBC 주니어 컴퍼니, 이원국발레단, SEO(서)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광주시립발레단, K-ARTS발레단이 참여한다.

19일에는 발레 마스터피스가 진행된다. 한국발레학원협회, SEO(서)발레단, 김옥련발레단,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광주시립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등이 나서 명작발레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날인 20일엔 발레 갈라 스페셜이 펼쳐진다. UBC 발레아카데미, 와이즈발레단, 김옥련발레단,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유니버설발레단, 이원국발레단이 무대에 오른다.

2023 수원발레축제 기간 중인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화성행궁 일원에서는 ‘2023 수원 문화재 야행’도 열린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수원발레축제 중요 공연 일정은 수원 문화재 야행 이후로 잡혀 있으니.

지난해 ‘지역 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수원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한 수원문화재 야행의 올해 주제는 ‘기억’이다.

수원과 수원 화성을 삶의 터전으로 살았던 우리 이웃의 모습과 역사를 담아 8야(夜)를 선사한“수원과 수원화성 문화재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우리 이웃의 모습과 역사를 담아 8야(夜)를 선사할 예정”이라는 수원문화재단 김현광 대표이사의 말처럼 우리 문화재로 떠나는 아주 특별한 밤으로의 여행, 수원 문화재 야행(夜行)이 되면 좋겠다.

‘2023 수원 문화재 야행’ 포스터.
‘2023 수원 문화재 야행’ 포스터.

수원문화재단은 정조대왕의 수원 화성 축조를 시작으로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수원의 역사와 우리 이웃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훼손된 환경·문화유산을 보호할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밝힌다.

“기억의 문이 열리는, 수원 문화재 야행(夜行)은 수원화성 내 문화재와 그 주변에 살았던 우리 이웃의 기억을 담아 8(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정조대왕의 이상향 수원화성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담은 화성행궁 역사의 기억, 문화재 주변을 터전으로 살았던 우리 이웃들의 기억을 밤빛 품은 수원 문화재 야행에서 만나보시라”고 권한다.

나는 2017년 첫해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수원문화재 야행 현장에 있었다. 물론 올해도 갈 것이다. 프로그램도 좋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밤을 즐기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기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울 때 행궁동의 단골 펍에서 생맥주 한잔 쭉 들이키는 그 맛은 비교 불가다.

지금까지 열린 수원 문화재 야행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나는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민간단체가 협력하고 소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상점들과의 연계도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올해도 예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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