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망했다고? 완전히? 왜? 기사 제목 아래 한 여성이 보인다.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놀란 표정으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앤 윌리엄스/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 화면 아래쪽에 이름, 직위와 함께 자극적인 그 탄식이 소개되어 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우리나라가 완전히 망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과장 아닌가?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예고편에 나왔다는 그 사진은, 우리나라의 너무나 저조한 출산율에 관한 설명을 듣고 놀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그 내용을 전한 모든 기사에 똑같이 다 실렸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얼마나 낮기에? 2022년 합계출산율 0.78은 세계 최저 수치일 뿐만 아니라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OECD 평균 출산율(1.59명, 202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16년째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이 태어난 아이들 중 한 명으로 거의 구박을 받다시피 했다는 느낌으로 살아온 우리 생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인구는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줄어들고 있을까? 최근 들어 출생아 관련 통계는 늘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런 기사도 보인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 곧 0.6명대에 진입하나?” 이대로라면 0.6명대가 지금 눈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올 상반기에도 작년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자연 감소가 5만 명이었고 출산율이 가장 낮은 서울의 경우 2분기 출산율은 놀랍게도 0.53명이었다. 0.5명! 결혼을 ‘선택’한 사람 네 명당 한 명꼴로 태어난 셈이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둘만 낳아 잘 키우자고 외치다가 곧 하나씩만 낳아도 지구가 만원이 된다고, 그러면 양식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방방곡곡에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알렸고, 강조했고, 다행히 낳지 말자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나만 낳자고 호소해서 자녀가 둘 셋인 경우를 괜히 쑥스럽게 하더니 겨우 몇 년 만에 이 꼴이 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백년대계는커녕 이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을까?

그렇지만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면 뭘 하겠는가?

어떻게 해야 할까? 바라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자세한 건 몰라도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지자체별로도 그야말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획기적 수준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런 일을 젊은 부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앞장서서 출산을 막는 일을 했던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출산지원금이야 다다익선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예전에 낳지 말라고 할 때 ‘순순히’ 그 말을 들었던 사람들처럼 좀 낳으란다고 낳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양육하고 교육하는 조건들이다. 우리 교육계의 관점은 어떤 것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이미 태어난 아이들부터 알뜰히 가르치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것이다. 한 아이도 차별받지 않고 도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 조건을 막론하고 어떤 아이든 제 갈 길을 찾아가게 해주는 일. 느슨하고 간접적인 일 같은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해야 하는 그 어떤 일보다 시급하고 핵심적인 일이다. 지금 학교에 있는 교사들은 안다. 사실은 학부모들도 잘 안다.

다만 극심한 견해차에 대한 조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아이를 잘 키우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마음이 자신밖에 모르는 아이, 행동 통제가 불가능한 아이를 만든다. 그런 경우에조차 교사의 견해와 권위(그것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인정한다면)를 무시해버린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행복해야 할 곳, 학교조차 불행한 곳으로 만든다.

안타까운 일들이 전개되는 최근의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젊은 부부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이 추락하는 원인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교육은 교사들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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