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열린 수원음식문화축제.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지난 2018년 열린 수원음식문화축제.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먹을거리가 없는 축제는 허전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축제가 된 '수원화성문화제' 행사 가운데 ‘수원음식박람회’가 있어 더욱 풍성하다.

올해 수원화성문화제에도 어김없이 음식축제가 포함돼 있다. 10월 7일부터 9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부설주차장에서 열리는 ‘2023 수원음식문화박람회’다.

수원시는 수원음식문화박람회가 “먹거리 판매가 중심이 되는 기존 음식축제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참여하고, 관람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축제”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예전의 음식문화축제와는 많이 달라졌다. 요리경연대회와 국제자매도시조리사 초청음식전 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전문 음식관(새빛식당), 식품판매홍보관, 체험관, 전시홍보관 등은 새롭다.

새빛식당에서는 한식·양식·중식·제과 등 4개 분야 음식점이 공모를 통해 선정돼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한다.

이 행사는 1996년 '수원화성축성 200주년'을 기념, ‘수원갈비축제’에서 비롯됐다. 뒤에 중식, 일식이 추가돼 ‘음식문화축제’가 됐다.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한 외국도시의 요리들도 선보여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수원음식문화박람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다.

수원시는 '2023 수원음식문화박람회'를 통해 수원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수원지역의 대표 음식인 양념갈비를 비롯한 ‘수원 맛, 오미(五味)’가 주제다. ‘오미’는 수원양념갈비, 수원통닭, 수원지동순대, 수원주막국밥, 수원광교산 산나물 보리밥 등 다섯 가지다. 수원시민과 관광객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음식들이다.

수원양념갈비는 자타가 인정하는 수원의 대표음식이다. 수원은 예부터 서울로 들어가는 입구여서 우시장도 유명했다. 1990년대 중반에 문을 닫았지만 1940년대에 ‘전국 3대 우시장’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다.

조선 정조시대 농민들에게 소를 나눠주고 나중에 송아지를 받아가는 방식으로 둔전을 일구었기 때문에 소가 흔해져 일찌감치 쇠고기 요리가 발달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수원갈비에 반한 유명인사들도 많았다. 1950년대 초 당시 장택상 수도경찰청장, 자유당 시절에는 신익희 선생, 공화당 시절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수원갈비를 파는 영동시장 싸전거리에 있던 화춘옥을 찾았다.

수원통닭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먹을거리다. 통닭거리에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몇 해 전엔 ‘극한직업’이란 영화를 통해 ‘수원왕갈비통닭’이 알려진 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동시장의 순대타운도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전통을 자랑하는 순대집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데 감칠맛과 푸짐한 양, 부담 없는 가격의 순대볶음이 특히 인기다.

광교산 산나물보리밥도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온 시민이나 등산객들만 드나들었고 두어 군데만 무허가로 영업을 했으나 지금은 등산객은 물론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식당도 크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수원주막국밥은 다소 생소한데 음식칼럼니스트인 이재규 문경대 교수에 따르면 “조선시대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갈 때 수원 주막에서 꼭 먹고 가야만 했던 음식”이라고 한다.

수원 사뎅이. (사진=필자 김우영)
수원 사뎅이. (사진=필자 김우영)

그런데 수원엔 ‘오미’ 말고도 전통적인 음식들이 있는데 ‘수원사뎅이’가 그 중의 하나다. 요즘엔 뼈다귀탕, 감자탕이라고 부르지만 엄연히 ‘사뎅이’라는 이름이 있다.

사뎅이는 돼지 등뼈 ‘사등이’를 뜻하는 수원지방 말이다. 돼지등뼈에 감자와 우거지 등을 넣고 푹 끓인 사뎅이탕은 싸고 맛있고 푸짐했다. 내 단골집은 이춘택병원 뒷골목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사뎅이라는 이름도 볼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문구골목 근처 작은 식당에 '사뎅이'라고 써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 사뎅이국을 시켰다. 뚝배기에 담긴 사뎅이탕은 먹음직스러웠다. 비록 감자는 안 들어갔지만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는 것이 예전의 맛과 비슷했다. 들으니 오산에도 사뎅이탕으로 잘 알려진 집이 있다고 한다.

사뎅이를 팔고 있는 행궁동의 한 식당 간판. (사진=필자 김우영)
사뎅이를 팔고 있는 행궁동의 한 식당 간판. (사진=필자 김우영)

‘수원약과’도 있다. 조선 전기부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날렸다고 한다. 15세기 ‘세종실록’에 양녕대군이 수원약과(유밀과)를 대접받았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에게 만들어 올린 건강식품인 ‘삼합미음죽’은 찹쌀과 쇠고기, 홍합, 해삼을 넣었다. 한때 나의 제안으로 영동시장 28청춘청년몰에서 재현해 판매하기도 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중단됐다.

‘수원흑부두’, ‘오목내 떡전 떡’ 등도 수원의 맛으로 발굴해 널리 알릴만한 음식들이다.

최근엔 수원화성빵, 휴동막걸리, 행궁둥이막걸리, 수수한주, 십원빵 등도 눈에 들어온다.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려면 필수적으로 먹을거리가 동반돼야 한다. 다행히 수원엔 앞에서 예로 든 음식들이 있다. 앞으로 ‘수원 맛’이 더 발굴되고 개발된다면 ‘미향(味鄕)’을 기대해도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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