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대왕은 24년의 재위기간 중 총 13번의 현륭원(지금의 융릉) 원행을 했다. 이 가운데 잘 알려진 원행은 즉위 스무 해 째인 1795년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을 맞아 8일간 행했던 대규모 행차 ‘을묘년 원행’이다.

수원시는 1974년부터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창기의 능행차 재연은 그냥 흉내만 내는 가장행렬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1975년 제13회 화홍문화제 때부터 시인이자 수필가인 이홍구 당시 수성고 교사의 주도로 본격 복원·재현되기 시작했다. 한정규 화성연구회 이사가 채록한 이홍구 선생님의 증언을 인용한다.

“1975년 제13회 화홍문화제(현 수원화성문화제)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하게 된 수원시 공보실에서는 수원시내 각급 기관장 회의석상에서 매년 실시되는 화홍문화제가 잡다한 가장행렬과 시민들의 의례적인 놀이로 끝나는 것이 문제라는 건의와 함께 이 지역의 특성과 전통적 의미를 갖는 문화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논의를 거듭하게 되었다. 수원에 특색 있는 전통적 문화행사 정착을 위해 여러 학교 교장 단에서는 당시 13대 수원시장(이재덕)에게 건의했고 이를 담당할 지도자로 수년간 학교에서 연극을 맡아 지도하여 공연한 바 있는 나를 추천하게 됐다.”

1975년 이재덕 수원시장, 안익승 예총수원지부장, 수원시 김영권 공보담당관, 수성고 이홍구 교사 등이 KBS 이서구 극작가를 초빙해 모임을 갖고 논의 끝에 능행차의 핵심 부분만 재현하기로 했다.

처음엔 8개 고등학교 교장단의 추첨을 통해 수원고, 수원농고, 매향여상고, 유신고에서 학교당 60명 씩 240명이 참가하기로 했지만 이듬해부터는 수성고등학교 학생들이 도맡았다. 1978년 인천에서 열렸던 제59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 이홍구 선생님의 증언이다.

그리고 앞에서 밝힌 것처럼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 수원화성문화제 때부터 수천 명의 인원과 수백 필의 말이 참여하는 규모로 확대됐고, 2016년부터는 서울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옛날 행차 길을 거치는 온전한 능행차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원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반차도에 따르면 이 행사에 동원된 사람은 약 5661명이며 말이 1417필이었다. 지난해 서울 창덕궁~수원화성~화성시 융릉을 잇는 59.2㎞ 구간에서 재현된 이 행차에 연인원 4230명, 말 720필이 투입됐으니 얼추 비슷한 규모로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구간에서는 ‘능행차와 함께하는 시민 대행진’, ‘사회공헌 공동 퍼레이드’도 함께 펼쳐지므로 국내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 같은 대단위 능행차는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관광 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18 한국국제관광전에서 UNWTO(세계관광기구), 한국관광학회, 국제관광인포럼, 한국국제관광전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2018 한국관광혁신대상’에서 능행차를 공동 재현한 수원시, 서울시, 화성시가 종합대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2016년 화성문화제 때 한강 배다리를 건너는 장면. (사진=수원시)
2016년 화성문화제 때 한강 배다리를 건너는 장면. (사진=수원시)

특히 2016년과 2017년 행사 당시 이촌지구에서 노들섬 북단까지 한강위에 실제 배다리를 만들어 큰 화제가 됐다. 2018년과 2019년엔 태풍 등으로 설치가 무산됐으며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로 행사 자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시는 제작과 철거 부담이 상당하다며 실제 배다리 대신 노들섬 안에 LED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아쉽다. 수천 명의 능행차 행렬이 배다리 위로 한강을 건너는 모습이야말로 서울시가 전 세계에 자랑할 명장면인데 말이다.

앞으로 서울시가 안하겠다면 수원시에서라도 했으면 좋겠다. 한강 대신 능행길에 있는 수원 만석거 저수지(조기정 방죽)에라도 배다리를 놓으면 되지 않을까?

장용영 무예24기와 예술이 어우러진 야조(夜操) 

수원화성문화제가 없는 수원의 가을은 상상하기 싫다. 능행차도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야조(夜操)도 매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야조는 2006년부터 시작됐는데 나는 지금까지 이 공연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관람했다. 초창기에는 직접 출연해 성벽에 올라 횃불을 들기도 했고 무예24기 공연에 참여해 본국검과 제독검을 시연하기도 했다. 진검으로 대나무 베기도 했다. 

야조는 성곽전투에 대비한 야간 군사 훈련(성조:城操)으로서 밤에는 야조(夜操) 낮에는 주조(晝操)라고 했다. 

정조대왕은 문과 무를 동시에 숭상하고 자신 스스로 무예를 수련하기에 게으르지 않았던 임금이다. 정조대왕은 당대의 쟁쟁한 학자인 박제가, 이덕무, 무인 백동수 등에게 명하여 ‘무예도보통지’를 펴내게 했다. 이 책에 수록된 무예가 바로 무예24기다. 당시 화성을 수호했던 장용영 군사들이 집중 수련했을 뿐 아니라 과거 무과시험의 과목이기도 했다. 우리 수원의 무예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화성 연무대는 실제로 장용영 무사들이 창·검술을 훈련하고 말을 달리며 활을 쏘던 장소였기에 이곳에서 야조와 마상무예가 재연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

이 행사는 관광 상품 뿐 만 아니라 시민단합을 위한 축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올해 화성문화제에서는 야조가 빠져 아쉽다.

수원화성문화제 왜 지속 발전돼야 하나?

축제를 ‘돈 낭비’라면서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축제가 주는 유·무형의 효과는 무시할 것이 아니다.

축제는 역사와 지역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힐링을 선사한다. 또 관광객들을 유입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크다. 특히 축제를 야간에 개최함으로써 관광객들이 수원에서 체류하게 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겠다. 실제로 행사기간 전국에서 평균 5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데, 2018년 경우엔 신용카드 사용액이 485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수원화성문화제에 모인 인파. (사진=수원시)
수원화성문화제에 모인 인파. (사진=수원시)

이제 수원화성문화제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1회성 축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시민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유산 화성을 배경으로 효와 개혁정신, 실사구시의 실학정신, 민본주의 정치 등 정조대왕과 실학자들을 테마로 특성화된 축제를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고자 시민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수원화성문화제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민 참여행사를 꾸준히 확대해 민간 주도형 축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 중심형 축제’로 만들어 수원화성문화제가 모든 시민과 국민, 외국 관광객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수원화성문화제가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수원문화원 수원지역문화연구소 주최로 지난 12일 화성박물관에서 열린 ‘수원화성문화제 60년-60년의 어제에서 내일의 길을 찾다' 학술대회에서 김우영 필자가 발표한 기조강연 내용입니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