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 얘기부터 하자. 그래야 오해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지금껏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중앙 정부의 문예진흥기금이나 경기도, 수원시 등 지방정부의 출판비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번도 돈을 달라고 신청해 본 적이 없다. 가진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 손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제출하는 게 싫어서다. 게으름에 더해 시시하고 보잘 것 없지만 자존심이라는 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활동증명’이라는 것도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세상에 공돈을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나도 싫지는 않다.

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수백 개의 문학상이 있고 나도 몇 개 받았다. 분에 넘치게 수원시문화상도 받았다. 그러나 내손으로 공적조서를 쓰거나 내가 받게 해달라고 청탁을 하지 않았다.

예전에 이런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가난한 시인이 비 새는 지붕을 고치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 있을 때 전화가 걸려온다.

“축하합니다. 선생님께서 이번 00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그 시인은 본인이 상을 받겠다고 나서지 않았지만 작품성과 인품을 모두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됐으니 모두가 축하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예술인 중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

모든 예술인이 지붕을 고치던 시인처럼 가난하지는 않다. 하지만 가난한 예술인도 많다. 사람들이 그들의 작품성을 알아주고 관청이나 재단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일부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예술인들은 자신의 작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수행하듯 묵묵히 그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예술인 기회소득’이란 것을 시행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형편이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겠다는 정책이다. 지난해 도내 예술인 7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자격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 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수준 이하인 예술인이다. 이들에게 연 150만원을 지급하는데 도와 시·군이 각각 50%씩 사업비를 분담한다.

예술인 기회소득 홍보 이미지. (사진=경기도 누리집)
예술인 기회소득 홍보 이미지. (사진=경기도 누리집)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수원특례시가 지난해 예술인 기회소득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역 예술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예술인들은 지난해 12월 26일 수원 라포애 갤러리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원로예술인 간담회’를 연데 이어, 올해 1월 20일에도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쟁취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 주최 ‘수원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보도한 경기일보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공공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전업을 할 수 없다”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만 이를 지탱하는 예술가의 노력은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 “생계에 짓눌려 다른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다. 200년 후 수원화성만 존재하는 수원특례시가 되지 않을지 우려”라는 토론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 제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이후 도내 27개 시·군에서 경기도예술인 기회소득이 시행됐다. 수원특례시는 지난해 9월 수원특례시의회 제377회 임시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상정했지만 지금까지 보류된 상태다.

이에 범예술인행동은 취지문을 통해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용인·고양·성남 등 4개 지자체는 지방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해 예술인 기회소득 사업을 실행하지 못했다”면서 “해당 지역 예술인들은 사회적 가치 인정에서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기초의회가 예술인의 사회 공공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기초의회 의원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수원특례시의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달 4일 발표한 2023년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꼴찌’ 성적표를 받았다. 수원시민들은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여론에도 수원특례시의회는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역예술에 대한 이해도까지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예술인들은 수원특례시의회가 지역예술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역 예술인이 전업으로 예술에 전념하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이는 시민의 문화예술 경험과 기회를 박탈하는 지역문화의 훼손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이동숙 작가의 경고를 시의회가 무시하지 말기를 바란다. ‘특례시의회 ’의원이라면 예술정책에 대한 식견도 그에 걸맞게 높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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