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원시내에 외국어만 쓰인 간판이 늘고 있다. 식당의 경우 음식을 파는 곳인 건 알겠는데 무슨 음식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이 많다. 고등동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집중된 지역이나 최근 일본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는 행궁동 지역은 중국어와 일본어로만 표기된 간판이 즐비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고등동 옛 터미널 인근은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헛갈릴 정도로 중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처럼 외국어로만 표기된 간판들은 위법소지가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엔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함께 나란히 적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외국어를 쓰더라도 외래어 표기법 등에 따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도 병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관리법 시행령 제5조에 따라 간판 면적이 5㎡ 이하면서 3층 이하에 설치될 경우 신고나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위반사항을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으며, 관리 인력도 부족해 실질적인 관리, 규제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엔 간판부터 음식 스타일부터 인테리어까지 일식당이나 일본 선술집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비롯돼 3~4년 전까지 기세를 떨치던 ‘노재팬’ 운동의 불길은 어느덧 사그라지고 일본풍 가게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에 수원시는 실행이 어려운 처벌과 규제로는 외국어간판 유행 현상에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외국어 간판이 즐비한 고등동과 행궁동에서 외국어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교체하는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아름다운 한글간판 만들기’ 사업이 그것으로 한글 표기 없는 외국어 간판을 한글간판으로 교체하면 사업자당 최대 2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업소 뿐 만 아니라 아파트 이름도 외국어 일색이다. 아파트의 품격을 높인다며 멀쩡한 한글 이름 아파트를 발음하기도 어려운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 영어 등 외국어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물론 외국어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간판은 남녀노소, 배움의 깊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수원시의 ‘아름다운 한글간판 만들기’ 사업이 우리말 간판 확산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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