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대구 서구 원대동 원대신시장 내 건강원에서 불이 났다.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 70대 주민이 소화기로 초기에 진압해 큰 피해를 막았다. 다행스러운 일은 대구 서부소방서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전통시장 ‘119안전더하기’(1구역마다 1소화기 구비) 사업을 추진, 관내 전통시장에 80여 개의 소화기를 비치했다는 것이다. “화재 초기에 소화기는 소방차 1대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경기·인천지역에서도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로 인해 대형사고를 막은 일이 있었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간호사들은 지난 2월17일 오전 동국대 일산병원 10층 호흡기 병동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즉시 소화기를 들고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서는 한편, 환자들을 대피시키며 인명 피해를 예방했다. 같은 달 15일 인천 부평구 하나실버케어 요양원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요양보호사 등은 소화기를 들고 화재 진압에 나선 한편 노인 환자들의 침상을 옮기는 등 기민하게 대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3월5일 행정안전부는 대학병원과 요양원 화재에 침착 대응해 인명과 재산을 보호한 5명에 장관 표창을 하기도 했다.

주택용 화재경보기의 필요성도 거듭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양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주택용 화재경보기 작동으로 초기 진압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9월 20일 과천의 한 다세대주택 빈집에서도 불이 났지만 주택용 화재경보기 작동 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해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았을 때 화재사망자 발생률이 작동했을 때보다 1.3~2.8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주택화재 1만 3488건을 전수조사, 주택용 소방시설이 사망자 저감에 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한 결과다. 소화기를 사용한 2345건의 화재에서는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소화기가 없거나 사용하지 않은 9065건의 화재에서는 2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주택용 화재경보기가 작동한 589건의 화재에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화재경보기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은 화재 2576건의 화재에서 5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소화기와 화재경보기 설치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알 수 있다. 다행이도 도 소방재난본부는 당초 목표보다 2년 앞당긴 지난해 10월 경기지역 취약계층 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100% 설치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반지하 주택과 다문화가족, 노후아파트 등에 무상으로 소화기와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설치할 계획이라니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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