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대안공간 눈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유거상 작가.

이은주·이병헌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뛰다’에 삽입되면서 많이 알려진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왈츠곡이지만 왠지 모를 애절함이 느껴지는 이 곡이 지난 열흘간 대안공간눈 제1전시실에 울러 퍼졌다.

현재 독일 쾰른에 거주하고 있는 미디어 작가 유거상(36) 씨는 첫 번째 개인전 ‘재구성된 명상’을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을 찾았다.

그는 “이번 전시회는 그 동안 해왔던 작업의 중간과정을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미디어 아트 분야는 공간․비용이 많이 소요돼 전시가 까다로운데도 초대해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과를 졸업한 그는 미디어 아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지난 2003년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어학과정을 밟은 후 쾰른 예술대학교 대학원 미디어 아트학과 과정에 진학했다.

“대학원 과정 중 ‘빛의 마술사’로 일컬어지는 디흐테르 융(Diechter Jung) 교수님을 만났어요. 지난 2006년부터 함께 ‘미로’를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죠.”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빛의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 통로와 질서 세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베를린에서 1년 정도 물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이때 탄생한 작품이 ‘네거티브 엔트로피(negative entropy)’. 물리학에서 ‘엔트로피’는 물질의 무질서가 진행된 정도를 뜻한다. 네거티브 엔트로피는 이와 반대로 무질서가 증대되면 질서와 법칙성이 체계 안에서 유지된다는 것.

약 6000개의 키보드 알갱이를 모아 둥근 구 형태로 만든 이 작품은 작년 여름 쾰른에서 진행된 ‘Passage/yearly exhibition’ 전(展)에도 출품된 작품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로 그 당시 관객들의 호응이 굉장했다”며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한 어린이는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작품에 매달린 채 떨어지지 않았다고.

4개의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연결된 ‘자화상’이라는 작품은 각각의 화면에 다른 색채를 띤 유 작가 자신이 등장한다. 머리와 얼굴 부분에는 어김없이 벌떼들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자신 안에 혼란스러움과 열정을 표현한 것”이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목”이라고 밝혔다.

독특한 예술혼을 지닌 그는 독일에서 영상 예술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니코(unico) 아트 컨설팅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미디어 아트 디자이너를 역임하며 영상전문가 업무를 하고 있다.

“조명을 비롯해서 무대디자인에 관련된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픽과 필름다루기 등 미디어 관련 기술들을 많이 배우는 미디어 전공생들은 공연, 영화 분야로도 많이 진출해요.”

그는 지난 2008년에 결성된 독일 실험퍼포먼스그룹 ‘Fuenfstein’의 기획자로도 활동 중 이다. 이는 전문 예술인들끼리 모여 예술과 문화에 대한 퍼포먼스 활동을 펼치는 일종의 동호회로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때그때 곡을 선정해서 편곡하고 악기들을 선정해요. 작년 7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초연을 했는데 반응이 엄청 뜨거웠습니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예술 활동을 펼쳐온 유 작가는 한국과 다른 독일의 특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독일엔 동네 구석구석에도 미술관이 아주 많아 작품을 어디서든지 쉽게 접할 수 있어요 한국은 현재 이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또 독일은 작가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어 전시회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 화폐로 환산하면 200~600만원 까지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그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세계무대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지만 재정 문제로 많이 힘들어한다”라며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후에 독일로 돌아가는 유 작가는 앞으로 ‘밀도’있는 그만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예전 철학가들의 역할을 현재 예술가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양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나갈 생각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내년 2월 쾰른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계획 중이라는 이라는 유 작가. 백남준을 잇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작가로 우뚝 서길 바란다.

유거상
-서울 시립대학교 예술대학 환경조각학과 졸업
-독일 쾰른 예술대학교 대학원 미디어 아트학과(postgradual과정)
-독일 실험퍼포먼스그룹 ‘Fuenfstein’ 기획자,
-독일 ‘Unico 아트 컨설팅 메니지먼트회사'미디어아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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