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3시30분 아파트 단지 내의 창문에 온통 밝은 불빛이 비쳤고 와~ 와~ 하는 함성 때문에 잠자는 사람들까지 깨웠지만 누구 한사람 짜증내거나 화내는 사람 없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월드컵 본선 일곱 번 출전해 5회 예선탈락 2002년 4강에 이어 힘겹게 16강에 올랐고 4강 또 결승을 꿈꾸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밤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응원을 했다.

FIFA월드컵은 1930년 우리가 16강에서 싸워야 할 우루과이에서 1회 대회를 개최했으며 개최국인 그 나라에서 우승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올해로 19번째 개최되는 월드컵은 개최국은 물론 참가국마다 많은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경제적인 부가가치 상승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올림픽에 버금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지만 아직도 부족한 잔디구장 또 얄팍한 선수층인데도 16강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우리가 사는 수원의 인구가 110만명에 초·중·고등학교 174개 중 축구선수를 양성하는 학교는 겨우 초등학교 3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4곳이 고작이니까 말이다. 박지성 선수를 배출한 수원이기에 그나마 관심이 많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 운동과 함께 ‘체력은 국력이다’는 슬로건 아래 운동선수 특히 축구선수들을 군대식 또는 기계식 훈련을 통해 양성했던 기억이 난다. 선수 위주의 스포츠를 하는 나라나 함께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스포츠는 이제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스포츠에 불과하다.

월드컵 우승국들을 자세히 보면 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들이 많고 국민들의 50% 이상이 축구를 직접 즐기며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잔디밭이 보이면 예외 없이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적혀있다. 유소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많은 선수들을 양성해야 하는데도 선수층은 얇고 맨땅인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니 16강 정도만 해도 아주 훌륭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욕심을 내고 싶다. IMF시절 박세리 골프 선수의 투혼이 국민들에게 다시 설 수 있게 해 주었듯이 얼마 전 치룬 지방선거에서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으고 화해를 하기위해서라도 8강 또 4강, 욕심 같아선 결승까지 진출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최근 들어 각급 지자체 마다 새롭게 당선된 단체장들이 취임을 준비하고 인수인계를 위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수원시도 8년 만에 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젊고 개혁적인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맡았던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이 활동 중인데 이들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처럼 지금껏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열심히 달려 16강에 진출했고 국민 모두에게 8강, 4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듯 수원시장 인수위원들도 시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모든 일에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안전하게 지나가는 심정으로 시민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염태영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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