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황녀, 이덕혜'
광복 70주년으로 의미가 남다른 2015년.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가 몸짓 언어로 부활한다.

경기도립무용단(예술단장 김정학)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재조명한 창작무용극 '황녀, 이덕혜'를 다음달 13일과 14일 양일간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 올린다.

고종황제가 지극히 사랑하던 고명딸 덕혜옹주. 1912년부터 1989년까지 조선 최후의 황족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철저히 정치적 희생자로 살며 대한제국의 운명과 함께한 그녀의 삶이 무대에 담긴다.

1920년대 아직 일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왕족으로 조선 민중에게 희망적인 존재였던 덕혜. 이를 경계한 일본은 그녀에게 기모노를 입혔고, 아버지를 독살한 나라에서 차디찬 십대 시절을 보내게 했다.

연이은 어머니의 죽음, 원하지 않은 정략결혼, 10년 이상의 정신병원 감금생활, 딸의 자살 그리고 조국과 일본의 외면을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던 그녀의 비극적 삶이 도립무용단의 깊은 호흡이 담긴 발 디딤과 처연한 손끝으로 다시 쓰여진다.

절망과 울분으로 기억되는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외면하고 싶었던 역사와 서서히 마주하게 된 이 시점에서 '덕혜옹주'는 2009년 권비영의 소설을 시작으로 뮤지컬과 영화제작이 발표됐고, 지난 8월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일본의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으로부터 유품을 기증받아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인간의 내면에 가장 잘 닿을 수 있는 춤으로 역사 속 가장 쓰라렸던 시간을 격렬하고도 의연한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번 무대는 타 장르와는 다른 울림을 선사한다.

무용수에 체화돼 가장 원시적인 몸의 언어로 새롭게 쓰여진 이덕혜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의미 이상의 그 무언가를 우리에게 던진다.

경기도립무용단의 이번 작품은 김정학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정기공연으로 안무는 노현식 상임안무가 맡아 황녀, 이덕혜의 내면에 절규와 휘몰아치는 역사적 순간들을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적인 현대무용으로 그려낸다.

궁중정재부터 창작무까지 한국 춤의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는 도립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서 한국무용의 호흡에 현대적인 움직임을 접목시켜 한국적 DNA를 지닌 현대무용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덕혜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최지혜, 최은아, 박지유가 가장 역동적이며 칼 군무가 매혹적인 도립무용단의 응축된 기량과 함께 오늘날 가장 모던한 한국 춤판을 선보인다.

특히 영민하고 우아한 기품을 지닌 아이에서부터 일본의 억압에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두며 세상과의 끈을 놓아버린 노년의 덕혜까지 내면의 변화에 따라 섬세하게 달라지는 움직임은 이번 공연의 백미 중 으뜸이다.

덕혜옹주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던 김철환 작곡가는 옹주가 쓴 동시 '비'를 주테마로 한 창작 가곡 속에 춤과 음악으로 이덕혜의 슬픔을 담았으며, 관악기와 타악기를 통해서는 마지막 황녀가 지닌 한을 토해냈다.

또 근현대를 오가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바이올린·첼로·바순 등 서양의 선율 악기와 북·장구 등 동양의 타악 장단을 절묘히 결합해 신문물이 흡수되는 새로운 시대의 억압과 설렘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도립무용단 관계자는 "우리 춤으로 시대의 아픔인 덕혜옹주를 기억하는 이번 작품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성을 전달하는 한국 춤의 미학을 발견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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