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는 아니라는데 “사실상 부도”라는 경기도, ‘위기’인가 ‘엄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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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경기도 본청 6개 재정지표 모두 주의 수준 미만”​​​​​​​道도 법정 '위기' 또는 '주의' 아니라는 사실 인지법령과 현실 간 간극 발생 원인 파악 안돼 … 국회 나설까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을 "사실상 부도 상태"라고 진단했지만, 정부의 지방재정 위험관리 체계에서는 재정위험 경고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매 분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재정위험 수준을 점검하고 있는데, 현재 경기도 본청은 지방재정법상 '재정주의단체'는 물론 '재정위기단체'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경기도의 경우 행안부가 점검하는 6개 재정지표 모두 ‘주의 수준’ 미만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 경기 본청은 위험 수준 점검 결과 주의 수준 혹은 위기 수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만 점검하고 있다”며 공개가 어렵다고 했지만, 경기도의 6개 지표 상태를 재차 묻자 “모든 지표가 다 주의 수준 미만”이라고 말했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65조의3은 6개 재정지표에 각각 재정주의·위기 기준을 두고 있다. 해당 지표는 ▲통합재정수지비율 ▲예산대비 채무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지방세징수액 비율 ▲금고잔액비율 ▲공기업 부채비율 등이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25%를 초과하고 40% 이하이면 재정주의 기준, 40%를 초과하면 재정위기 기준에 해당한다. 통합재정수지비율은 음의 값이면서 그 절대값이 25%를 초과하고 30% 이하이면 주의, 30%를 초과하면 위기 기준이다.

채무상환비 비율은 12% 초과 17% 이하이면 주의, 17% 초과이면 위기 기준이다. 지방세징수액 비율은 70% 이상 80% 미만이면 주의, 70% 미만이면 위기 기준이다.

금고잔액 비율은 10% 이상 20% 미만이면 주의, 10% 미만이면 위기 기준이며 공기업 부채비율은 400% 초과 600% 이하이면 주의, 600%를 초과하면 위기 기준이다.

다만 개별 지표가 해당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재정주의·위기단체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 분기마다 지방재정 위험 수준을 점검하고 있다”며 “주의 수준이나 위기 수준에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고 미래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의 수준 혹은 위기 단체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65조의3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65조의3

경기도도 현행 지방재정법상 재정위기단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경기도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65조의3상 재정위기단체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행안부가 점검한 6개 지표가 모두 주의 수준 미만인 상황에서 경기도가 별도로 ‘재정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경기도가 지난 5일 공개한 재정 상황에서는 재정압박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제시됐다. 추 지사는 이날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면서 지난해 경기도가 세 차례에 걸쳐 약 94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지방채 발행한도 9460억원의 99.6%에 해당한다. 지방채 발행은 20년 만이라는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올해 본예산에는 일부 민생·필수사업의 연간 소요액도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추 지사는 “민선 8기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현재 추진하는 감액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약 7700억원이다. 추 지사는 현 상태가 계속될 경우 2~3년 뒤 기존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협의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협의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민선8기 당시 경기도 재정에 관여했던 A씨는 추 지사가 제시한 재정압박 요인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사실상 부도’라는 표현에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A씨는 “추미애 지사가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은 다 맞다”며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주 세입원인 취득세가 감소했고,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라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재정법 시행령의 재정위험 기준을 거론하며 “경기도는 고위험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며 “정부가 국가적으로 정해 놓은 기준으로 이게 파탄이냐 위기냐는 팩트를 놓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세입구조도 재정압박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시·군은 재산세 등 보유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원을 갖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량 변화에 민감한 취득세가 주요 세입원 가운데 하나다.

반면 복지 분야 지출은 증가하고 있다. 추 지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를 차지한다. 경기도는 현재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6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정부 사업에 따른 지방비 매칭 부담도 있다. A씨는 “서울과 경기도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국비사업을 늘리고 지방비를 매칭하도록 하면 자기 돈을 내야 한다”며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늘지 않았는데 지출해야 할 돈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도 내부에서는 현행 지방재정 위험관리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의 법정 경보는 전혀 울리지 않은 상황인데 지자체는 필수사업 예산조차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서는 어떤 상태부터 지방재정의 ‘위기’라고 불러야 할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5일 민선 9기 준비위원회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임명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5일 민선 9기 준비위원회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임명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 제공)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더민주, 수원병)은 경기도 재정 상황에 대해 “대응 방법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라며, 현행 지방재정법상 위험 기준과 경기도가 밝힌 재정 상황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는 “(행안부, 경기도 측으로부터) 내용을 받고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선 9기 경기도정 출범을 준비한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의 법정 경보는 전혀 울리지 않은 상황인데 지자체는 필수사업 예산조차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분명하다"며 "행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서는 어떤 상태부터 지방재정의 '위기'라고 불러야 할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