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화성시 마도문화센터에서 열린 ‘백곡리 고분과 원효성사 오도처 학술발표회’. (사진=수원일보)
지난 13일 화성시 마도문화센터에서 열린 ‘백곡리 고분과 원효성사 오도처 학술발표회’. (사진=수원일보)

- 정찬모, “‘송고승전(宋高僧傳)’ 기록 ‘본국 해문당주계(本國 海門唐州界)는 현재 당성 부근”

- 김성순 “‘직산’ 지명은 천안이 아니라 화성 마도 백곡리 ‘입피골’"

- 지명학회 “보원사 법인국사 탄문 비문에 있는 '향성산' 지명은 ‘향기실 마을’”

- 고영섭 “원효의 오도처는 당항성 인근 어느 무덤으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에 가던 중 비를 피하고 하룻밤 머물기 위해 들어간 무덤동굴에서 해골물을 마신 후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도처는 화성시 남양면 당항성 인근 마도면 백곡리 고분군이라고 한다. 

이곳은 백곡리 마을 뒤편의 낮은 야산에 있는 한성백제시대의 대규모 고분군이다. 마을주민의 신고로 김원룡 교수가 현지 답사를 실시하고 그 내용을 고고학계에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이 고분군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런데 평택에서 오도처를 평택 수도사라고 발표했고 예산을 들여 원효체험관까지 건립한 바 있다. 원효의 오도처가 화성시와 평택시로 양분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수원일보를 방문한 화성지역학연구소 정찬모 소장은 다음과 같은 근거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와 당성 일대가 원효성사의 오도처”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찬모 화성지역학연구소장. (사진=화성지역학연구소)
정찬모 화성지역학연구소장. (사진=화성지역학연구소)

- ‘송고승전(宋高僧傳)’의 기록 중 ‘본국 해문당주계(本國 海門唐州界)는 현재 당성(唐城) 부근이다.

송나라 승려 찬녕이 쓴 ‘송고승전’은 당나라 시대부터 송나라에 걸쳐 630년부터 980년까지 350년간에 걸친 고승 533명의 전기와 130인의 부전의 기록이 담긴 책이다.  

이 가운데 ‘의상전’ 기록에 의하면 원효의 오도처가 ‘본국해문당주계 (本國海門唐州界)’라고 쓰여 있다. 

‘(의상이) 원효법사와 뜻을 같이 하여 서유(西遊)했다. 본국 해문당주계 (本國 海門唐州界)에 이르러 큰 배를 구해 창파를 건너려 했다. 갑자기 도중에 심한 폭우를 만나...곧 길 곁 토감(土龕:땅막, 흙막) 사이에 의지해 은신했다’

대다수 학자들은 당주(唐州)가 오늘날 경기도 화성의 당성 일대를 가리킨다는 의견을 보인다. 

또 백곡리 백제고분 옆의 ‘해문리(海門里)’는 백곡 백제고분군이 있는 산을 뒤로 끼고 있는 마을로서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서 전국에 단 1곳의 지명만 남아 있다. 

- 제천 월광사 월랑선사 탑비비문에 새겨져 있는 직산이라는 지명은 입피골, 백곡리이다. (2019년 11월 2일, 김성순 불교문인협회 학술발표) 

‘직산에 이르러....(4자 결락)에 거처 하였는데 이곳은 신승 원효대사가 도를 깨치신 곳이었다.’

직산(稷山)의 직(稷)은 식물인 ‘피’로 당성과 백곡리 고분이 있는 백곡리 690 일대를 ‘입피골’ 이라 부른다. 순 우리말의 지명을 한자로 옮기면서 직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 ‘입피골’을 한자음으로 풀이하면 직산(樴山)이라는 것이다. 

“천안의 직산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직산 지명은 원랑선사 탑비가 기록된 시기(890년) 보다 50년이나 지난 시기에 개칭(940년)했기 때문에 상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 서산 보원사 법인국사 탄문 비문에 있는 '향성산' 지명은 ‘향기실 마을’이다.(지명학회 ‘차자 표기법-우리 땅의 뿌리를 찾아서’ 배우리, ’백제의 언어와 문학‘ 도수희)

서산 보원사 법인국사 탄문 비문에는 ‘옛 노인들 사이에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향성산 안에 절터가 있는데 옛날 원효보살과 의상대덕이 함께 머무르며 쉬던 곳’이란 구절이 있다. 향성산은 화성시 마도(도를 갈고 닦는다는 뜻)면 백곡리의 향기실 마을이라고 추정된다. 삼국사기의 지명에서 ‘지’나 ‘기’가 성(城)과 대응하고 있음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백제시대 대형 고분이 존재하고 있고 부근에 백사가 있었다.

따라서 정 소장을 비롯한 화성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들의 ‘해문’ ‘당주계’ ‘입피골’ ‘향기실’이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라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지난 13일에도 마도문화센터에서 ‘백곡리 고분과 원효성사 오도처 학술발표회’를 개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 (관련기사 수원일보 14일자 “화성 마도면 원효 오도처 불교성지로 조성해야”)

이전인 2017년 4월 22일 한국불교문인협회와 화성문화원이 롤링힐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원효 스님 탄신 1400주년을 기념, ‘원효 사상과 화성 당성’을 주제로 제1회 화성불교문화유적 학술발표회를 개최한바 있다. 이 자리에서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화성 당항성’부근을 오도처로 지목했다.

고 교수는 “당시 남양만 당항포의 관할지가 당성이었고, 당성이 현재 경기도 화성에 있으며, 중부횡단항로로 나아가는 출발지점이 남양만 당은포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효의 오도처는 당항성 인근 어느 무덤으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라며 “또한 원효의 오도처가 무덤이었다면 그곳이 현재의 사찰이기 어렵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장은 “원효사상은 대단히 소중한 정신문화이다. 원효의 깨달음의 장소인 오도처를 제대로 알림으로써 화성시가 한국 불교 정신문화의 메카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소장과 함께 수원일보를 방문한 이수원 화성미래연구소 상임이사(화성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 화성시 마도면 주민자치회 위원)도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 입피골 백제고분군이 원효오도처로 지정되면 ‘불교 성지’로 부각됨으로써 전국의 1000만여 명의 불교신자와 성직자들의 방문으로 화성은 주위의 명승지와 더불어 가보고 싶은 지역으로 엄청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경주에서 화성의 당성까지의 길을 ‘원효구도의 길’로 정해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를 잇는다면 유럽 산티아고 순례길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대표 순례길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사 자료 제공 : 화성지역학연구소, 화성미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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