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正祖)가 신하에게 보낸 친필 비밀 편지중엔 이런 내용도 있다.

"참으로 호로자식이라 하겠다. 과연 어떤 놈들이기에 감히 주둥아리를 놀리는가" '아가리에서 젖비린내가 나고 미처 사람꼴을 갖추지도 못한 놈..."

정조는 1796년 8월 20일부터 1800년 6월 16일까지 299통의 편지를 당시 노론(老論)의 벽파(僻派) 거두 심환지(沈煥之)에게 보냈다.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분명히 들어 있다. 미루어 보아 자신을 음해하는 말많고 궤변 많은 노론의 신하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세상에 가득한 게 말이지만 왕도 분노케 하는 것 또한 말이다.

일찍이 이같은 말의 위력을 간파한 선현들은 수많은 경구(警句)도 남겼다.

그리고 정치인 설화(舌禍)가 일어날 때마다 동원되지만 여전히 횡행((橫行)한다.

물론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천냥빚도 갚는다.

하지만 말은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르는 이가 없다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다.)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지금도 ‘말조심’ 경고의 원전(元典)으로 꼽한다.

베트남 속담은 더 섬뜩하다. '칼에는 두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에는 백개의 날이 있다.'

말의 품위를 지키라는 고전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사불급설(駟不及舌·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속우원(耳屬于垣·벽에도 귀가 있으니 말을 삼가라) 호령여한(號令如汗· 땀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이 한 번 내린 명령은 취소할 수 없다) 악사천리(惡事千里 ·나쁜 말은 세상에 빨리 퍼진다)는 등등.

막말이 난무하는 세상, 특히 정치권이 된지 오래지만 요즘같은 전성시대(?)는 없는듯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샹대방을 비하하는 말들이 난무하고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놈''자식'은 기본이고 '암컷'까지 나왔다. 그것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제 원초적 표현은 기본이고 '욕'수준은 보통이 됐으니 가뜩이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학생들이 배울까 겁마저 난다.

시품출어인품(詩品出於人品). 즉 '말은 곧 말한 이의 인격 그 자체'라고 했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더 커진 세상, 모두가 품어야 할 원칙이자 도리다.

그러나 가장 앞서 실천해야 할 정치판에서조차 이미 먼나라 이야기가 됐으니 슬프다.

유대인 속담에 당신의 입속에 들어있는 한, 말은 당신의 노예지만 입 밖으로 나오게 되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고 했는데, 말의 노예로 살아가는 그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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