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홍구 선생님은 정조대왕 능행차 최초 재현 주역’이란 칼럼을 수원일보에 썼다. 그걸 읽은 아흔 한 살의 이홍구 선생님은 고맙다며 점심을 사셨다. 선생님은 내가 나온 수원북중학교 담임, 수성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 자리에서 요즘 교사들의 자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인성교육의 8대 핵심 덕목’은 효, 예절, 정직, 책임, 배려, 존중, 소통, 협동이다.

박용금 원광대학교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이자 마음학연구회 책임연구원은 “효는 부모를 섬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하는 수신(修身)의 근본이 되며, 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뜻을 받드는 양지(養志)가 중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효가 수신(修身)의 근본이라는 말은 옳다.

부모와 자식 간은 사랑과 공경으로 연결돼 있다. 부모는 자신의 분신인 자식에게 사랑을 쏟는다. 자식은 본인의 근원인 부모에 대한 공경을 하게 된다. 이것이 효다. 효는 모든 행실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 전통의 삶과 수양, 통치의 중심에 있는 사상도 효였다.

그런데 급속한 산업화 현대화 과정에서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민족 전통 정신문화인 효는 천대받고 있다. 늙은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끊고 방임하거나 심지어 유기하고 살해하기도 한다.

다양한 노인학대 사건은 언론의 단골메뉴가 됐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UN이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할 만큼 노인학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홍구 선생님은 이런 세태에서 효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셨다. 그러면서 당신이 정리한 ‘효 문화 선도 계획서’를 한부 건네셨다.

‘효는 사랑이요 행복이며 영혼의 뿌리다. 효행은 모든 행위의 출발이며 윤리도덕의 근본도리이다. 부모는 제일의 스승이요 가정은 일차적 학교다.’라는 내용의 선언문에 이어 효문화 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효문화 인성교육 아카데미를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는 등 운영방침과 활동사항도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사단법인 세계효문화본부를 설립해 ‘세계 효엑스포대회’와 효문화국제심포지엄, 효문화페스티벌을 개최하자는 제안에 공감했다.

용주사 부모은중경탑.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용주사 부모은중경탑.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이런 일을 화성시가 했으면 좋겠다.

화성시엔 ‘출천지효(出天之孝)’ 임금 정조대왕과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후에 장조로 추존)의 능이 있고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절 용주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도세자가 잠든 현륭원의 원찰로 건립된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때 창건된 갈양사가 있었던 곳이다. 갈양사는 고려 광종 때 전란으로 불타버렸다. 정조시대에 당대의 고승 보경스님을 팔도도화주(八道都化主)로 삼고 중앙 관방과 8도 대관들이 시주한 8만7000 냥으로 용주사를 건립했다.

정조대왕이 스스로 '용주사 봉불기복게(龍珠寺 奉佛祈福偈)'를 짓고, 재상 채제공에게는 용주사 대웅보전 상량문을 쓰게 했으며,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에게는 용주사 주련을 쓰게 할 정도였다. 대웅보전 후불탱화는 당대 최고 화가로 평가받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다.

용주사를 효심의 본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조대왕이 이곳에 부모은중경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를 목판으로 만들어 해마다 동짓날에 인쇄를 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게 했다고 한다.

이 부모은중경판은 지금도 용주사가 소장하고 있으며 보물 제1754호로 지정됐다. 순조가 하사한 동판, 석판도 지금까지 잘 보관돼 있다

용주사가 효의 도량임을 알려주는 부모은중경탑도 있다.

호성전(護聖殿)도 용주사가 효심의 사찰임을 확인시켜주는 건물이다. 호성전은 장조의황제(사도세자), 헌경의황후(혜경궁)와 정조선황제, 효의선황후의 위패를 모신 전각이다.

사도세자(장조)가 잠들어 있는 융릉.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사도세자(장조)가 잠들어 있는 융릉.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정조대왕의 효심이 전해지는 용주사와 융·건릉만큼 효를 상징하는 유산이 있을까? 더욱이 용주사 인근엔 호랑이를 때려잡아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고려시대 효자 최루백 관련 유적도 있다.

인근 수원시엔 정조대왕의 지시로 만든 세계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등도 있으며 매년 가을엔 정조대왕 능행차도 열리고 있다.

‘효의 고향’으로서 효 엑스포나 효 축제 등을 개최하고 효 박물관, 효 체험시설을 건립하기에 아주 적합한 역사적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인구 100만 명을 돌파, 특례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신중하게 효 관련 사업을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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