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열 개라도···“가 실감 날 정도로 22대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면서 늦은 시간까지 쉼 없이 ‘발품’도 판다. 설 연휴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더 그렇다. 유권자들의 시달림도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문자메시지를 비롯, 시도 때도 없이 ‘여론조사’ 빌미성 전화도 쇄도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탓이지만 짜증을 유발하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눈앞에 다가온 설 연휴에는 출마예정자 등 총선 관련 정치인의 문자메시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설 연휴 안부문자는 일반 선거홍보 메시지와는 달리 제약 없이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현수막 역시 우려스럽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들은 관심 밖이다. 팍팍한 삶의 궤적이 만만찮아 정치인들의 호소를 들어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괘념치 않는 모양새다. 정치인의 낯이 더욱 두꺼워진 탓이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 키워낸 병폐지만 날이 갈수록 정당화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출발도 하기 전에 유권자를 힘들게 한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또 예비후보들의 홍보전략이 선거공해가 된다면 공약의 공공성과 정당성마저 해칠 수 있다.

모두들 지난 21대 국회가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막말, 저질 발언, 갑질 행태 등 자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의원들이 부지기수여서 더욱 그랬다. 어디 그뿐인가, 공직자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책임감마저도 없는 함량 미달 의원, 도덕성이 모자란 의원 등이 적지 않았음도 4년동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여야 정쟁은 더욱 거세져 민생은 그야말로 천덕구러기 신세로 전락, 서민 생활은 더욱 피폐해졌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크다. 건국이후 선거 때마다 줄곳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지연·학연·혈연이라는 ‘기준 잣대’로 21대 선량들을 뽑은 탓이 커서다. 이런 정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요즘이다. 

다음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리고 4월 10일 22대 총선도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제대로 검증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고질병인 정치적 후진성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려면 지역색을 배척하고 잘못된 온정주의를 멀리하며  끼리끼리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여론의 핵심이 담긴 발전적 정책 공약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물론 이를 따져보는 안목은 유권자의 몫이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정치 명언이 있다. 유권자 수준이 정치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권자들의 건강한 의식이 정치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말은 진부하긴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출마를 결심한 예비후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허한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지혜롭게 정책을 찾고 바꿔 나가야 한다. 정당이나 후보별로 각자 제기하는 정치적 이슈의 정당성은 그런 노력 후에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전통시장이나 다중집합장소를 돌거나 교차로에 서서 눈도장만 찍으러 다니는 정치인은 필요치 않다는 여론을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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