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인 나는 거듭 읽으며 기도드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손을 모아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세상에 불 던지러 오신 예수님, 저에게 불 좀 던져 주시옵소서. 너무 추워 정신이 혼미합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던 때에 '다 이루었다'는 말씀 하셨습니다. 던지신 불이 이미 붙었다는 말씀인 줄 믿습니다. 지금 저에게 그 불을 던져 주시옵소서."

꿇어앉은 채로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그 다음 불이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불이었습니다. 오순절에 성령의 불이 임하여 교회가 시작케 된 말씀입니다.

"마침내 오순절 날이 되었고, 모두가 한 곳에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찬 바람 같은 소리가 하늘로부터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집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갈라진 혀들이 보였는데 그것이 불과 같았으며, 그것이 그들 각 사람에게 내려앉았습니다. 그러자 모두가 성령으로 충만하였고..." (사도행전 2장 1절~3절)

3절에서 4절을 읽어 내려가는데 갑작스레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꼈습니다. 온몸이 훈훈함을 느꼈습니다.

찬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온몸에 더운 기운이 넘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의아하여 몸을 만지다가 마룻바닥을 짚어보았더니 마치 온돌방처럼 따뜻한 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기를 3 시간, 4 시간 지속되기에 나는 감격에 넘쳐 네 방 모퉁이를 돌며 절하곤 하였습니다.

예수께서 불로 그 방에 오셔서 머물러 계심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 것입니다. 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감격스런 체험이었습니다.

나는 그 후로 그날을 기려 해마다 2월 23일이 되면 꼭 금식하며 그날의 체험을 돌이키며 그날 읽었던 성경을 읽고 불렀던 찬송을 부르며 하루를 보내곤 합니다.

1974년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켜온 나만의 부흥회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체험의 신앙입니다. 그런 체험이 쌓이면서 우리들의 영성이 진보를 이루어 나갑니다.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사람 중에 이인수 대령이란 분이 있습니다. 나의 죄수번호 순번은 73번이었고 이인수 대령은 880번이었습니다.

박정희 장군의 비서실장으로 있다가 박 장군이 군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정치하려는 것을 만류하다 괘씸죄에 걸려 반혁명사건에 얽혀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고 낮 동안에도 손발에 족쇄에 채워져 지나는 동안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을 원망케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성경말씀을 읽는 중에 성령의 감동을 받아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감사케 되었습니다. 그가 내게 말했습니다.

"73번 선생님, 내가 사형수로 옥살이를 하는 동안에 박정희를 원망하고 자신까지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말씀을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고 은혜를 누리게 되면서 자신을 알게 되고 겸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교만하여 한 손으로 받고 사람들의 인사도 목례로 받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은혜를 받은 후에는 두 손으로 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고개를 숙이고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날의 교만하였던 삶을 돌이켜 반성하게 되고 겸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감형 받게 된 후로 구치소 전체에서 모범수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방에 고재봉이란 이름난 살인마가 있었습니다. 5명을 죽인 사람어서 온 나라에 '살인마 고재봉'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이었습니다.

그는 옥살이 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증오가 쌓여 그의 행패를 당해 낼 사람이 없었습니다.

880번은 그런 그를 측은히 여겨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며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정성을 들였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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