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아트페어2024' 포스터- 막사발실크로드 갤러리.
'앙카라아트페어2024' 포스터- 막사발실크로드 갤러리.

'제 10회 앙카라 아트페어 2024'가 3월 7일부터 10일까지 아토 콘그레시엄(ATOcongresium)에서 열리고 있다.

아토 콘그레시엄은 앙카라에 있는 대규모 전시장 겸 연회장이다.

'막사발 실크로드갤러리(international macsabal silkroad gallery)'는 초대작가로 필자, 무틀루바스카야(MUTLU BASKAYA), 나드레 슐레(NADRE SULE)를 선임했다.

나드레 슐레는 하제테페 미술대 학장으로  두 호랑이의 이미지를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는 선명하고 굵은 선으로 캐리커쳐화 했다. 반추상적 이미지로 무섭다기보다는 친근한 한국의 민화처럼 가깝게 다가왔다. 무틀루 바스카야는 앙카라 외곽에 있는고디온(GORDION)의  미다스왕의 전설로 유명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로 희화화한 도조(도자기 조각)작품을 제작해 출품했다. 

액션페인팅 작가로 화력을 넓혀가는 필자의 페인팅 작품은 도자기 전업작가로서 도자기의 지두문 기법을 페인팅 캔버스로 옮겨놓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랫 글은 몇년전, 미술평론가 황인이 썼던 글을 옮긴다.

미술평론가 황인은 필자의 액션페인팅에 대해  '넓거나 좁거나, 빠르거나 느리거나'라는 제목으로 평했다.

김용문 액션페인팅 END OF WORLD
김용문 액션페인팅 END OF WORLD
김용문 액션페인팅 END OF WORLD
김용문 액션페인팅 END OF WORLD
김용문 액션페인팅작품앞에서 제자 알페란이 감상하고 있다.
김용문 액션페인팅작품앞에서 제자 알페란이 감상하고 있다.

"김용문은 막사발을 만드는 도예가다. 

그의 막사발 위에는 그림이 등장할 때도 있다. 이번에는 캔버스 위에다 그림을 그렸다. 막사발의 표면인 딱딱한 곡면의 지지체 위에 그려진 그림과 전혀 다른 물성의 평면 캔버스란 지지체 위의 그림은 출발부터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의 그림이 도예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장르라기보다는 도예와 인연이 이어진 또 다른 방식의 조형적 개진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들은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물레가 원운동을 거듭하는 동안 젖은 흙덩어리에서 점차 둥그스럼한 유용(有用)의 허공이 돋아난다. 허공이 돋아나는 데에 봉사했던 무용(無用)의 흙이 이제는 캔버스로 옮겨져 왔다. 흙은 물감으로 바뀌었다. 물감에는 붓이 제격이나 김용문은 흙을 만지고 다듬던 손가락과 근개로 물감을 만지고 다듬는다. 

붓은 이쪽의 신체와 시선이 향한 저 먼 곳을 이어주는 중간항이다. 붓을 매개로 하여 신체와 시선과 저 먼 곳을 한 줄로 이어주는 일사불란의 행렬이 형성된다. 붓이 머물거나 돌파하는 곳은 주체와 객체 사이에 걸쳐진 원근(遠近)의 일루전을 만드는 유리창이라 해도 좋고 이쪽과 저쪽 사이를 가르는 개념의 막이라 해도 좋다. 오랫동안 화가들은 붓을 통해 몸의 이쪽과 세상의 저쪽이 서로 닿게 하였다. 

그런데 김용문의 그림에서처럼 붓이 사라진 세계는 어떠한가. 시선이 사라지고 원근이 사라지고 몸의 이쪽과 세상의 저쪽이라는 경계가 사라져 이쪽이 곧 저쪽인 경지의 도래가 아니던가. 일사불란의 행렬은 무너지고 캔버스 안쪽으로 몸이 막무가내 틈입하려 하는 지경의 순간이 아니던가.

그 틈입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빨라야만 한다. 김용문의 작업은 붓을 통한 차근차근 레이어를 쌓아올리는 건축이 아니라 쌓아올린 레이어를  손가락의 속도감 있는 운용을 통해 무너뜨리는 해체가 본령이다. 이를 위해선 물감이 젖어있을 동안 잽싸게 표면을 헤집고 표면 아래의 레이어와 바닥을 향해 손가락이 틈입해야만 한다. 틈입이 허용된 시간과 공간의 크기만큼 수용성(水溶性)의 아크릴릭 물감이 밀려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조형의 물길이 만들어진다. 넓거나 좁거나, 빠르거나 느리거나.

연약한 표면은 틈입을 한편으로는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거부하고 저항하려 한다. 허락도 아니고 거부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in between)의 몸짓이 화면에서 속내를 알 길 없는 깊은 표정을 자아낸다. 그 축축하고 말랑말랑한 표정은 촉각적이다. 시각과는 달리 촉각은 가지(可知)보다는 불가지(不可知)를 더 많이 담는다. 손가락과 흙의 대리인인 물감이 주고받은 알 수 없는 촉감의 대화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또 다른 표정과 예측불허의 대화로 이어지리라는 예감을 준다. 그의 그림은 축축한 느낌을 준다. 화면은 액상(液狀 liquid)의 상태다. 화면은 시선의 고정을 회피하며 흔들리고 있다.

그의 그림은 붓과 시각이 줄 세운 엄격한 질서의 조형과는 멀다. 그보다는 손가락의 섬세한 촉각이 레이어 아래의 어둠을 헤집고 들어가서 깨워낸 무질서하나 생명감이 살아 있는 노이즈의 현현(顯現)이 그가 영위하는 그림의 본질인 것. 

그가 만들어 왔던 막사발이 그랬다." 

                                            - 황인( Hwang, In  미술평론가)

'앙카라아트페어 2024' 막사발실크로드 갤러리. 왼쪽 나드레 슐레 작품, 무틀루 바스카야 작품 미다스 왕 작품이 보인다.
'앙카라아트페어 2024' 막사발실크로드 갤러리. 왼쪽 나드레 슐레 작품, 무틀루 바스카야 작품 미다스 왕 작품이 보인다.
왼쪽부터 필자 김용문, 전승철 한국문화원장, 정연두 대사, 슐레 학장, 무틀루 바스카야 학과장.
왼쪽부터 필자 김용문, 전승철 한국문화원장, 정연두 대사, 슐레 학장, 무틀루 바스카야 학과장.
왼쪽부터 필자, 무틀루 바스카야, 정연두 주 튀르키예 대사.
왼쪽부터 필자, 무틀루 바스카야, 정연두 주 튀르키예 대사.
왼쪽부터 무틀루 바스카야, 정연두 대사, 나드레 슐레 학장.
왼쪽부터 무틀루 바스카야, 정연두 대사, 나드레 슐레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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