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舌禍)' 세치 혀 때문에 빚어지는 재앙이다. 

선현들은 일찍부터 이를 경계해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며 '말의 품격'을 강조했다.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엔 이런 명구도 있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남의 말을 함으로써 구설수에 오를 것을 염려한 경구다. 

정치는 이런 말들의 공연장이다. 그 중심에는 정치인들이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치인 말로 인한 화(禍)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맞다.  

혹자는 이를 두고 서로를 견제하고 싸움을 이어가는 정치판의 악습(惡習)에서 비롯된 병페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된 지도 오래다. 

오히려 하루라도 막말이 없어 조용하면 이상할 정도다. 

심지어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요즘이니 말이다. 

이런 정치인들 말의 향연장인 된 '22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엊그제 시작됐다. 

총선 전날인 오는 4월 9일까지 각당 후보자간 뜨거운 유세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길거리는 벌써부터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허용되는 마이크 등 확성기 소리 덕분(?)이다. 아울러 갖가지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폄하하고 조롱하는 소리도 포함되고 있다. 

맞춤공약은 실종되고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말들도 주민 귓전을 때리기 시작했다. 

좋든 싫든 당분간 소음을 견뎌내야 하는 유권자들로선 곤혹스럽고 피로감이 높아지는 고통의 연속이다. 

귀담아 들어야 할 정치인의 '말'이 소음을 넘어서 공해로, '배타(排他)'의 대상이 됐다니 씁쓸하다.

논어에선 인격이 완성된 사람을 군자(君子)라 부른다. 

군자의 군(君)은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 자가 있다.

입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바로 군자라는 뜻이다. 

정치인과 군자는 품격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이 말이 나오는 입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격을 평가받는 것도 이같은 연유다. 

품격을 의미하는 ‘품(品)’에 ‘구(口)’가 세 개나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시품출어인품(詩品出於人品). “말은 곧 말한 이의 인격 그 자체”라는 의미다. 

정치인이 품격을 지키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나오는대로 막말을 함부로 쏟아내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설명치 않아도 뻔하다. 

혼란스런 정치적 언어가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가늠해 볼 수 있는데도 마음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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