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선 부모에게 달라붙어 사는 젊은이들을 탕기(tanguy)라고 부른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자국의 코미디영화 탕기(Tanguy)에서 유래했다.

이 영화는 사랑받으며 태어난 아기가 30년이 지난 대학  졸업 후에도 취직할 생각을 안 하며 부모에게 빌 붙어 살아가면서 증폭되는 가족간 갈등을 그린 영화다.

개봉당시 많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국에선 이런 부류의 자식을 키퍼스(kippers)라 한다.

부모의 퇴직 연금을 빨아먹고 사는 아이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의 줄임말이다.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한다고 해서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명명했다.

독일에서는 집(둥지)에 눌러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네스트호커(Nesthocker), 일본에서는 기생독신(寄生獨身) 혹은 돈이 급할 때만 임시로 취업할 뿐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는 프리터(freeter) 등으로 부른다.

프리터는 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다.

이밖에 미국의 트윅스터(twixter), 마마보이를 뜻하는 이탈리아의 맘모네(mammone)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표현이 더 적나라 하다. 빨대족, 등쳐족 등등.

부모 품 속에서 경제력에 기생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모두가 독립을 안 하고 부모의 월급과 연금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가리킨다. 

그리고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 또한 각국이 공통으로 겪는 사회 문제다.

2년전인 2020년 이탈리아 법원은 이같은 사항에 대해 세계가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놨다.

부모는 성년이 된 자녀를 부양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골자다.

음악 강사로 일하고 있는 35세 청년이 부모를 상대로 생활비 지원을 요구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장애를 가진 자녀는 법적 보호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의 재정적 지원은 무한정 이어질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도 성년 자녀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도 판시했다.

캥거루족 부류에 대한 최초의 이같은 판결로 이탈리아 사회는 커다란 술렁임이 일었다.

판결 이전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유사 소송이 수십만건에 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캥거루족이 양산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성인 절반(50.2%)이상이 ‘나는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람이 무려 90.6%나 됐고 고정수입이 있는 직장인 가운데서도 84.3%가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확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갈수록 캥거루족 연령층이 높아지고 다양화하고 있어서다.

엊그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만 19∼49세 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0대 미혼자의 경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도 48.8%에 달했다.

만혼(晩婚)·비혼(非婚) 풍조가 퍼지고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 등이 겹쳐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젊은층 중심에서 ‘중년층'으로 캥거루족이 노령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립하지 못한 성인이 증가하면 저출산이 가중되고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나아가 사회 불안을 조장할 수도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캥거루족의 증가세. 중년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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