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세계 최고와 최저를 찾는다면 우리나라 만큼 많은 나라가 없을 것이다.

출생과 사망, 두 가지만 놓고 보자.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반면 자살률은 1위다.

그동안 26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으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30년 전인 1992년 73만1000명이던 출생아 수가  현재 24만9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OECD회원국 평균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 보니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이라는 오명을 하나 더 뒤집어 썼다.

2005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들어선 뒤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그 사이 문닫는 초등학교가 속출했다. 농촌은 아기 울음소리가 멈춘지 오래 됐다. 산부인과 소아과 폐업도 계속 진행형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락 속도가 꺾이지 않는데 있다. 국가 존립과 경쟁력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국가의 활력, 역동성은 저하되고 존립의 문제까지 거론된다.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염려다.

벌써 유아, 청소년, 청년 관련 산업 위축이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는 쪼그라들고 노인인구는 불어나고 있다.

이렇게 가면 국민 삶의 질 저하는 불보듯 뻔하다. 저출산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수없이 들은 이야기지만 서늘하다.

22세기에 ‘국가소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운영위원회는 현 정부 출범후 9개월만에 열렸다.

지난 21일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인데도 말이다.

국가 운영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국가다.

'백약이 무효'인 것은 또 있다. 역시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OECD 최고 자살률이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부동의 1위였다.

2017년 리투아니아에 잠시 자리를 내주었다 2018년부터 다시 타이틀을 찾아왔다.

그래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치부되고 있다.

한류와 K-컬처로 유명한 우리의 어두운 민낯이다.

숫자 역시 지난해 10만명당 266명으로 OECD회원국 평균 2배가 넘는다. 

증가세도 2000년 13.7명에서 배가 됐다. 개중엔 심각함을 더하는 수치도 있다.

2020년과 비교 10~29세는 21.7명에서 23.5명으로 늘었다. 70~79세는 38.8명에서 41.8명으로 증가했다.

두 연령대 사망 원인중 최고다. 

타 연령대에 비해 증가 폭도 크다. 이유중 상대적 빈곤이 40%를 넘는다. 

청년층도 위기다.  20대 는 2018년 급격히 늘기 시작해 2021년 23.5명이 됐다.

4년 새 42.4%나 급증한 것이다. 청년들의 삶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걸 뜻한다.

또 미래세대가 점점 불행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수많은 기관이 나서 대책을 남발하고 있으나 악화일로다.

급기야 '번개탄 생산 금지'라는 황당한 대책까지 내놨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정부다.

그렇다면 투신자가 많은 한강 다리도 철거 해야하나.

무지(無知)보다 더 무서운 건 막지(莫知)라고 했다. 이쯤되면 조삼모사도 아니다.

위정자들의 발상이 이 정도니 한국인 삶의 질이 나아질 리가 있나. 슬프고 울화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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