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의 간극(間隙)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틈새에 갈등과 미움도 켜켜이 쌓였다. 2016년 상주 사드배치 결정으로 촉발된 '금한령(禁韓令)'이 주 원인이지만 최근 유커(游客)들의 귀한으로 팽팽했던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어 다행이다. 

물론 모든 교류가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음식 만큼은 안그랬다.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 모두 상대국의 음식을 선호하며 미각을 충족시켰다. 중국의 국민간식 ‘탕후루’와 매운맛의 대명사 ‘마라탕’이 우리나라에서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중국은 싫어도 마라탕은 좋아, 그러나 탕후루는 더 좋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탕후루는 다양한 과일에 여러 겹의 시럽을 덮어 꼬챙이에 끼운 중국의 전통 간식이다. 현재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디저트 중에 하나로 등극했다. 탕후루 전문점은 딸기, 샤인머스켓, 파인애플, 귤, 블루베리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과일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지역과 상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선호도에 있어선 여느 간식과 비교 불가다. 달달함을 즐기는 젊은이들 덕에 서울만 하더라도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는 50개이던 점포가 5개월 만에 300개로 늘 만큼 인기 상승중이다. 탕후루가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소셜미디어와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기간 중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격리되면서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자신들만의 레시피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마라탕의 인기도 식지 않고 있다. 탕후루에게 지존 자리를 내주었지만 아직 ‘부자 망해도 3년’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마라탕은 중국식 매운 탕류 음식으로 각종 야채, 고기, 꼬챙이가 들어간다. 얼얼한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매운맛의 명성으로 인기가 식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좀 오래전인 2017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같이 매운맛의 매력이 대중화됐다. 마라탕의 인기는 번화가에서 마라탕 음식점의 확산으로 이어졌고 한국 음식인 전골과 라면을 섞은 퓨전음식으로도 등장했다. 덕분에 지난 2021년에는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에 의해 1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달음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엔 매운 라면의 대명사인 ‘신라면’마저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등 사천식 매운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겨냥한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다. 지금까지 농심이 출시했던 어떤 제품보다도 더 매운 라면이다.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신라면(3400SHU)의 2배 이상이라니 마라탕 영향력을 실감한다. 그리고 미움과 맛은 별개임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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