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단식고행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무엇일까. 아마도 '삼성기전( 三聖紀全)' 이 아닐까 싶다. 설화지만, 배달 환웅(桓雄)에 관한 내용에 나온다. 환웅은 웅족(熊族)과 호족(虎族)의 두 여인에게 쑥 한 심지와 마늘 20매를 주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게 했다. 시련을 겪는 시험을 받던 웅족 여인은 배고픔과 추위를 참고 계율을 지켜 의용(儀容:자태)을 얻었으나, 호족 여인은 방만하여 견디지 못하였기에 선업을 얻지 못하였다는 대목이다. 미루어 짐작을 해도 음식섭취 중단, 즉 굶는 행위에 관한 기록이어서 단식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고행을 넘어 수행의 한 수단으로 삼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스 시대 단식이 그렇다. 기록에 의하면 단식을 하면 두뇌가 좋아진다고 생각한 당시 철학자들이 자주 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10일 단식시행'이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종교가 생긴 이후 단식은 더 다양한 수행의 수단으로 삼았다. 그리고 필수적인 수행법으로 자리잡았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 등 종파 상관없이 널리 퍼졌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국가에서 '라마단'기간중 '사움' 즉 단식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움은 육체와 정신의 통제력을 기르고, 배고픔과 목마름의 고통을 체험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얼마나 먹고 마시는 것에 의지하고 있는지 깨닫는 동시에,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과의 본질적인 동일성을 확인하게 한다고 해서 무슬림들의 동시 참여가 일반화되어 있다. 매년 9월 행해진다.

기독교에서는 금식이라 부른다. 종교적 계율이나 서원(誓願), 즉 소원하는 것을 맹세하고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기 위해 음식물을 먹지 않았다. 특히 고통중 참회할 때도 시행했다. 요즘에야 금식하면 다이어트를 떠올리지만,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물론 정치적 이유도 있다. 저항의 수단으로, 자신의 굳은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해 '투쟁'의 의미도 더해졌다.  

75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3주간이나 단식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엔 이보다 더 장기간 단식을 이어간 정치인도 있다. 2005년 쌀시장 개방저지를 위해 무려 29일간 단식을 이어간 강기정 전 국회의원이 당사자다. 이전에는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23일 단식이  최장이었다.  

성남시장 시절 한차례 단식을 단행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훌쩍 넘게 단식투쟁 중이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가결됐고, 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다. 어떤 단식 마무리 출구 전략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덩달아 주린 배를 끌어안고 과연 얻은 게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행과 수행 투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금단식(禁斷食)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한 추석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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