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타운'은 실버타운과 다른 개념의 주거공간이다. 은퇴자를 위한 공간은 맞지만, 건강할 때 입주했다가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단지 내의 병동으로 이동해 생을 마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은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선시티'다. 여의도 13배 면적인 약 38㎢(약 1150만평) 대지에 골프장과 원형극장 등이 갖춰져 4만명의 노인이 노후를 보내고 있다. 시니어타운의 소유와 운영이 일치해야 하는 규제 때문에 아직 헬스케어 리츠가 하나도 없는 우리로선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비슷한 것은 곳곳에 있다. 소규모지만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대도시에 주로 산재해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니어타운은 전국 39곳, 8840가구 규모다. 시설이 많지 않다보니 입주도 만만치 않다. 돈이 있어도 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만 60세 이상을 위한 건강 관리 시설과 피트니스센터, 여가 문화 시설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호텔식 식사도 제공하는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선 4~5년 기다림은 보통이다.

서민들로선 그림에 떡이지만 말이다. 일찍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우리의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유료노인홈'이 현재 1만6724곳에 이른다.

이곳에 입주한 노인들만 63만4395명이다. 그렇다면 거주조건은 비슷한데 일본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분양’을 금지한 정부 규제가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의 원래 시니어타운은 분양과 임대가 모두 가능했다. 그러나 정부가 2015년 무분별한 전매를 금지한다며 임대만 허용하면서 공급이 끊겼다.

투자수익을 우려한 업자들이 타운을 짓지 않으니 자연스레 희귀해진 셈이다. 아무튼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한다.

고령인구 20%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영국이 50년, 미국이 15년, 일본은 10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7년에 불과하다.

덩달아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고,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며 노년을 보내려는 노인도 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는 난망(難望)이다. 저소득층 노년들의 '웰빙주거' 또한 마찬가지다. 비슷한 조건의 '공공 복지주택' 즉 복지타운을 공급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해서다.

현재 ‘고령자 복지 주택’ 입주 조건에 해당하는 저소득 고령층은 대략 424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19년 사업 시행 후 전국에 공급된 고령자 복지 주택은 3924가구에 불과하다. 1년에 평균 800가구 정도 공급되는 것으로, 현재 보급률은 0.09%에 그친다. 초고령화시대 이래저래 부(富)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노인들의 거주 삶은 열악해지니 ‘우환질고(憂患疾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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