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립 인구' 규모가 약 280만명으로 추정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발표는 충격적이다. 

'고립 인구'는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지지 체계가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선진국 진입을 자부하는 우리 사회 취약성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가운데 청년들이 4분의1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은둔 고립형 청년은 대략 6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년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서는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5%인 53만8000명이라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이를 볼 때 100명 중 5명이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인 셈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사회적 고립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세나 자살 충동이 약 4배에 달하는 등 정신건강 약화 문제로 연결돼 사회적 비용도 매우 크다. 

청년들이 이런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미래 한국의 희망도 그만큼 병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립·은둔자의 규모와 원인, 지속 기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인 전 국민 실태 조사조차 안하고 있다. 근거 조례, 예산 미비 등이 이유다. 

이렇다 보니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은둔고립형 청년 관련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립 청년은 삶의 만족도가 낮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나 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은둔·고립 청년이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등 속사정이 깊다. 

하지만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된다. 사회 공동체의 문제로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은둔에서 벗어났다가 좌절해 다시 숨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아 더 그렇다. 

이들의 대다수가 취업난과 실직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의 관심과 배려,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만약 이들에게 사회가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가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둔 고립형 청년이 늘어날수록 사회·경제적 활력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법조차 없다. 

엊그제(6일) 국민통합위원회가 사회적 고립·은둔자의 일상 복귀를 위해 '전국민 실태 조사'를 제안,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이다. 

일찍이 공자는 고립 은둔자에게 이런 충고를 남겼다 ‘소인한거위불선(小人閑居爲不善·소인이 한가로이 혼자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을 하기 십상이다)’ 

그런가 하면 ‘외로움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파멸을 부른다’는 서양 격언도 있다.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잠재적 위험군이 더 늘지 않도록 조사와 함께 사회적 대책마련에도 저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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